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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약사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가중평균가격 사전열람’을 진행했다. 의약품 실거래가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가인하를 시행하는데, 업체별로 세부 내용을 열람하고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가격인하다. 보건당국은 정기적으로 전국 병·의원 및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거래 현황을 조사하고 제약사와의 거래과정에서 보험상한가보다 낮게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한다.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는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2년간 유예됐고 이번에 2년 만에 재시행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고한 안건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거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총 250개 업체 5083개 품목의 약가를 2.10% 인하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제약사들의 이의신청 및 검토를 거쳐 오는 9월까지 품목별 약가인하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의결되면 내년 3월부터 약가인하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 시행됐던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영향으로 큰 폭의 약가인하 요인이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시행된 시장형실거래가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제약사·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을 보험상한가보다 싸게 구매하면 차액의 70%를 돌려받는 제도다. 100원짜리 제품을 50원에 구매하면 절감분 50원의 70%인 35원을 받는 방식이다. 이때 50원에 거래된 100원짜리 약의 보험상한가는 전체 거래가격을 조사해 일정 비율로 인하된다.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고 실제 거래가를 신고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제공, 보건당국 입장에선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고 환자들은 싼 가격에 약을 복용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장형실거래가의 시행 이후 병의원은 인센티브를 타내기 위해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종전보다 저가로 공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실제로 주로 병원내에서 사용되는 주사제의 인하율이 3.27%로 내복(0.79%)·외용제(0.8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가인하는 환자들 입장에서 의약품 가격이 저렴해지는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제약사는 인하율 만큼의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형실거래가라는 기형적인 제도로 병원 압박에 못 이겨 저가로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이미 손실을 떠 안은 상황에서 주력 품목의 추가 약가인하로 심각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토로했다.
제약업체들은 약가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 뿐만 아니라 저가 거래가 이뤄진 거래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도매상을 통해 거래한 경우 실제로 병원 등에 얼마에 공급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도매업체의 경영 정보라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제약사의 이의신청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정보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사 약가담당자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수십개 제품의 약가가 인하되는데 구체적으로 인하 이유조차도 파악이 안되고 있다”면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