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한 몰아치기에 나섰다. 그 선봉에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걸었다. 국민의 국내 여행을 유도해 말 그대로 ‘돈’을 쓰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은 광복절 전날인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토·일요일까지 3일간의 연휴를 만들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면서 국가차원의 내수진작 의지를 대내외에 각인하겠다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자는 의도다.
중앙·지방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국내서 휴가보내기를 적극 권장한 데 이어 국민을 집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도 내놨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14일 하루 무료다. 서울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 15개 시설, 국립자연휴양림, 국립현대미술관도 연휴 내내 무료로 개방한다.
기대감은 크다. 국민 절반 이상이 동참하면 1조 3100억원의 내수진작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급경로를 통하면 생산유발액 3조 85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 3100억원과 함께 취업유발인원도 4만 5700명을 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전체 기업이 임시공휴일에 참여한다는 전제하에서다. 결국 공무원·정규직만 쉬고 자영업자·비정규직은 일하게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너무 펑펑 쓴다는 볼 멘 소리도 나온다.
메르스로 두달여간 국가경제가 멈추다시피 했으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안타까운 점은 단기적인 안목에 치우친 행정이란 것이다. 국민이 국내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돈을 쓸 수 있게 하는 콘텐츠 개발은 여전히 뒷전이고 눈앞의 성과내기에만 급급한 급조한 행정이란 것이다. 일본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국인을 위한 관광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 탓에 관광의 질적성장은 늘 성과내기에 밀린다. 관광산업은 백년대계다. 정부가 관광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백년대계부터 제대로 세우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