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콩 시위에 침묵하는 한국

  • 등록 2014-10-15 오전 6:10:01

    수정 2014-10-15 오전 6:10:01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중국이 마련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시위가 3주째다. 최근 홍콩 당국이 ‘무력진압’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제2의 천안문 사태’ 발발 우려도 나오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홍콩시위를 ‘민주화 운동’이라고 규정해 일치감치 지지를 보냈다. 독일 역시 최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홍콩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해법이 찾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경제협력 강화차 독일을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 면전에 대고서다.

미국은 사실상 세계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고 영국은 홍콩이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 통치자로서 관심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독일은 다르다. 굳이 투자 선물을 들고 온 중국 비위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 독일이 유럽 경제 대국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국제사회 기대에 부응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민주주의를 힘겨운 투쟁 끝에 일궈냈으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 한국은 홍콩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는 홍콩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은 앞서 지난 4월 이라크 총선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총선을 실시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 한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일 뿐 아니라 북한·통일 문제 등 정치 안보 분야에서 공조가 절실한 국가다.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봐야하는 나라, 좋게 말하면 ‘협력’을 해야 하는 국가다.

지금 한국의 침묵이 ‘중국 눈치보기’ 때문인 것 같아 씁쓸하다. 만약 홍콩 현안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로 자각조차 못한 결과라면 더욱 큰 문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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