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샤 한국GM 사장 노동개혁 일침 "뻣뻣한 노조가 한국투자 막아"

한경연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좌담회
"한국, 매년 임금 높아지지만 생산성 낮아 본사 투자설득 난감"
에미 잭슨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한국만의 독특한 노동 규정들 투자 걸림돌"
  • 등록 2015-09-18 오전 4:00:00

    수정 2015-09-18 오전 4:00:00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연례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강성 노조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매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고 있지만 생산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개혁이 없으면 한국경제가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홀에서 ‘외국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오랫동안 노조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GM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사진)이 직접 참석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상당 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지적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호샤 사장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년전 19위에서 26위까지 내려왔다”며 “노동유연성은 같은 기간 73위에서 86위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임금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을 번갈아 협의해가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 환경과 비용 등을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곳이 한국”이라고 덧붙였다.

호샤 사장은 한국의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물가지수의 2~3배를 넘는 임금인상률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상승”이라며 “게다가 도급직이나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압박해 회사의 고정비를 상당히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하면서 정규 근무시간이 8시간으로 단축됐지만 임금수준은 10시간을 일하는 만큼 원한다는 현실도 꼬집었다. 고정비 상승을 높은 생산성으로 상쇄하는 다른 국가의 공장들과는 상당히 상반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호샤 사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본사에 가서 한국 공장에 투자를 하고 신차 생산을 하게 해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며 “브라질·인도·중국이 한국을 대체하는 투자 대상이 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에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경제 상황, 기업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나의 월급’만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근로자들이 많다”며 “아울러 한국에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들이 많고 이는 한국에 투자를 할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근로자들의 재능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빨리 ‘수술’이 필요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는 CEO 시절 노조와의 마찰로 겪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노사 모두에게 ‘루즈-루즈(lose)’였다”고 표현했다.

유 전 대표는 “민주노총의 까다로운 요구로 노사 마찰이 극에 달했고 결국 회사의 제안을 거부하며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했다”며 “회사가 이겼지만 회사와 해고된 직원 모두 어떠한 소득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파카사는 미국계 산업용장비 제조업체로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투자해 사업장 4개를 운영해 오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전 사업장에 20% 가량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다 노조와의 문제로 ‘회사 철수 검토’라는 극한 상황까지 갔었다.

호샤 사장은 끝으로 우리나라 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치며 노조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는 2012년부터 한국GM 대표이사를 맡아온 대표적인 지한파로 임기는 내년 2월에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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