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성완종 리스트’…여전한 ‘3류 정치’

  • 등록 2015-04-27 오전 6:50:24

    수정 2015-04-27 오전 6:50:24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행복 측정 방식 중 ‘이웃 효과’(neighbor effect)라는 게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헨리 루이스 멘켄(Henry Louis Mencken)이 ‘부자란 그의 동서(아내 여동생의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을 가리킨다’는 지적처럼 행복이란 상대적이라는 의미다.

이웃효과는 서로 멀리 떨어져서 비교가 힘든 대상은 고려하지 않는다. 주변사람과 자신을 견주어 행복 여부를 느낀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거리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웃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국민 행복 차원(?)에서 불합리한 부정부패 근절에 온 힘을 기울였다. 정부가 공직자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은 지난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이 김영란법 대상에 국회의원이 쏙 빠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올무가 돼 자신들을 옭아맬 법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입법권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을 터다.

이런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허탈감이 느껴진다. 리스트엔 1억·2억·3억·7억원은 물론, 10만달러라는 금액이 적혀 있다. 서민들 입장에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치권이 이런 돈을 경제계로부터 손쉽게 구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로써 경제인과 정치인 간 부패 고리 실체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에 따라 ‘3류 정치’의 실체가 또 다시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의 과거 경력을 되새겨보면 대한민국 국회가 ‘3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인을 상대로 한 성 전 회장의 ‘리스트’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민련 총재의 특보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 5~6월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회사 돈 16억원을 빼돌려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2005년 석가탄신일 특사로 사면 받았다.

그는 2004년에는 17대 총선에 자민련 소속 비례대표 1번으로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으나 국회입성에 실패했다.

성 전 회장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에도 행담도 개발 사업과정에서 회사 돈 120억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증재)로 불구속 기소됐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상고를 포기한 뒤 곧바로 특사로 사면 복권됐다.

국회의원 배지를 향한 그의 욕구는 집요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충남 서산·태안 지역 새누리당 공천에서 떨어지자 선진당 소속으로 출마해 결국 당선됐다. 같은 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합당을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후 정치자금이 새누리당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 전 회장의 로비 의혹을 보면서 뜬금없지만 남미 대륙 남동부에 있는 아르헨티나가 떠오른다. 한 때 유럽에서 이민을 희망하던 사람들이 미국과 함께 고려할 정도로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 1946년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내세운 ‘페로니즘’(국고를 털어 국민에게 퍼다 주는 식의 복지정책)으로 인해 지금은 경제규모가 60위권으로 추락했다.

페론 전 대통령은 국가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언론·보도의 자유를 탄압했다. 또 외국자본의 배제와 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했다. 잘못된 정치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대한민국 정치가 3류 정치를 탈피해 국민들이 행복해지길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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