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 미달 기업이 우회 상장을 통해 증시에 발을 디딘 후 결국 퇴출 수순을 밟으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례가 빈발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우회상장 10개사 중 한 곳은 1년 반도 못버티고 퇴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3년8개월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을 시도한 기업은 총 139개사다. 이 가운데 126개사가 뒷문을 열고 코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12%(15개사)에 달하는 기업이 우회상장 후 3년을 견디지 못한 채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수순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상장 유지기간은 1년 4개월에 그쳤다.
우회상장은 장외 기업들 중 자금이나 기술력이 있지만 신규로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상장하기 위해 주로 이용한다.
문제는 일부 부실 혹은 함량 미달 기업들이 우회상장제도를 이용해 제도권 시장으로 입성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제도의 취지 자체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
일례로 지난 2009년 12월 14일 사인시스템을 인수, 코스닥시장에 발을 디딘 제노정보시스템이 시장에서 퇴출된 것은 올해 6월 29일이다. 상장기업 간판을 달고 버틴 기간이 7개월 뿐이다.
특히 제노정보시스템은 상장 6개월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상장유지를 위해 수천억대 호재성 계약 공시를 낸 뒤 유상증자로 자본을 조달,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지난해 1월 23일 케이디이컴과 합병, 우회상장했던 카라반인터내셔널이 상장폐지된 날짜는 같은해 9월18일, 상반기 결산을 끝내자마자 자본잠식으로 시장에서 쫓겨났다.
우회상장후 폐지 수순을 밟은 기업들은 대다수가 대주주 횡령 등 경영 투명성 문제나 자본잠식이나 분식 회계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거래소 제도 개선 추진..난제 많아 `산너머 산`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우회상장 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일반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질적 심사와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감사를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회계법인에서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거래소는 다음달 2일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한편, 제도 개편이 이뤄진다 해도 이미 우회상장 심사를 통과해 합병을 진행중인 기업 등에 대해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는 점은 문제로 남아 있다.
올해들어 우회상장을 했거나 진행중인 기업은 씨티앤티(CMS), 우원개발(우원인프라), 삼보모터스(티지에너지)등 18개 기업이다.
이 중 씨엠에스(CMS)를 통해 우회상장한 저속 전기차업체 씨티앤티(CT&T)는 제도미비의 대표적 사례로 상장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씨티앤티는 그동안 엑큐리스, 선우중공업, 지앤디윈텍, 뉴로테크, 세진전자, 제이튠엔터테인먼트 등 수많은 상장사와 합병설이 나돌았다.
결국 합병대상으로 선택한 CMS는 대표이사 횡령설 및 만성 적자로 구설수에 올랐고, 씨티앤티 자체적으로도 우회상장의 기본 요건인 순이익 부문을 충족하지 못해 잡음이 불거졌다.
또 컨벡스가 우회상장의 쉘(SHELL)로 이용하려던 엠씨티티코어(052210)는 횡령배임혐의로 상장폐지실질심사대상으로 결정된 상태다.
▶ 관련기사 ◀
☞엠씨티티코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결정
☞엠씨티티코어, 23억 규모 물품대금 지급소송 승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