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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열한 번째 소개할 멸종위기 동물은 삵입니다. 삵은 지금까지 소개된 아무르표범, 스라소니보다 작은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호랑이와 늑대, 여우가 사라진 현재 생태계에서는 최상위 포식자가 됐지만, 생김새는 집에서 키우는 애완 고양이와 닮았습니다. 덩치는 일반고양이보다 약간 크지만, 언뜻 보면 뱅갈 고양이와 흡사해 금방이라도 안아보고 싶어집니다.
귓등에 흰 반점이 있는 지 여부로 삵인지 고양이인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야생성을 가진 고양이과 동물의 귓등에는 흰 반점이 있는데요, 삵은 야생형질을 그대로 갖고 있어 귓등에 흰 반점이 있습니다. 삵의 발등에 난 흰털도 야생성이 남았다는 증거입니다.
한마디로 삵을 일반 고양이와 구분하는 방법은 몸의 반점과 이마에서 코 옆까지 이어진 흰색 무늬가 있는 지 여부를 가장 먼저 살핀 후 귓등의 흰 반점, 발등에 난 흰털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마지막은 꼬리입니다. 삵의 꼬리는 다듬이방망이처럼 굵고 뭉뚝합니다. 얇고 긴 고양이 꼬리와는 확실하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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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다니던 길이 차도로 바뀌면서 인적이 드문 밤에 주로 활동하는 삵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헤드라이트를 켜고 빠르게 달리는 차는 이들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사람도 어두운 골목에서 나올 때 갑자기 밝은 헤드라이트를 켠 차를 보면 눈앞이 하얘져 멈춰 섰다가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삵도 마찬가집니다. 갑자기 밝은 빛에 동공이 확장돼 몸이 얼어붙고 결국 교통사고를 이어지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130마리의 삵이 고속도로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경남 창원과 강원도 춘천 등에서 삵의 로드킬이 확인됐고요, 지방도로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로드킬을 당한 삵의 사체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삵을 포함한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고가 자주 나는 도로 인근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지만, 대상이 일부 도로에 국한돼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은 말합니다. “삵은 오랫동안 사람과 떨어져 야생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동물입니다. 사람에게 맞춰 살라고 하는 건 폭력입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