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29일 분기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쏟아진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를 지켜본 한 투자자의 말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마감일에 맞춰 분기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뒤 실적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난 석달 동안의 영업성과를 알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상장기업들은 터무니없는 표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기만하려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령 해당 분기(7~9월) 실적이 부진하자 1~3분기 누적 실적을 마치 3분기만의 실적인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한다거나, 연결 실적과 개별 실적을 오가며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결국 이는 올해 1~3분기 실적을 모두 합친 수치였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3분기까지의 누적실적’이란 표현을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3분기만의 실적을 볼 경우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회사 측이 밝힌 수치보다 훨씬 낮았다. 사실상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건축자재 기업 벽산(007210)도 이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실적을 알렸다. 회사는 “3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1886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1억원, 95억원을 달성했다”며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별도기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99%, 1.25%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3분기 매출이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개별과 연결을 오가며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고 발표한 곳도 있다. 또 해당 분기에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세를 보였지만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만을 언급하며 ‘사상최대 실적’임을 강조한 곳도 꽤 있다.
기업으로선 3개월 간의 성적표를 좋게 보이도록 포장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포장’을 넘어 ‘분식(粉飾)’의 수준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얄팍한 수로 투자자들을 기만하려 했다가는 결국 기업의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적 발표는 어디까지나 정확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