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돌 맞은 동부그룹, '철강' 떼고 '전자·금융' 중심 재편

동부제철 경영권 상실할 듯, 그룹 모태 건설도 위태
동부대우·팜한농 새 주력, 금융 의존도 갈수록 심화
  • 등록 2014-09-23 오전 6:00:00

    수정 2014-09-23 오전 7:39:13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올해 창립 45주년을 맞은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사업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동부화재(005830)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금융 계열사의 경우 주력 사업이었던 건설과 철강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전자와 농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철강분야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016380)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한 선제 조건으로 대주주에 대한 100대 1의 무상감자를 요구했다. 채권단은 23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무상감자가 추진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 36.94%가 감자 이후 1% 미만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사실상 채권단이 경영하는 회사로 바뀌게 된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동부그룹 계열에서는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동부특수강과 동부메탈도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부그룹이 철강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셈이다.

지난 1984년 동진제강을 인수하면서 철강 사업에 뛰어든 동부그룹은 2007년 제철사업에 진출했으며, 2008년에는 사명을 동부제철로 변경했다. 또 2008년 동부메탈 출범, 2011년 동부특수강 분사 등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업황 악화라는 암초를 피하지 못하고 결국 철강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그룹의 모태인 건설 사업도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김 회장은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005960))을 설립한 뒤 중동에서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 등을 수주하며 성공 신화를 써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동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만 4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달과 오는 11월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1300억 원 이상으로, 동부건설은 동부하이텍(000990) 지분 매각과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인수한 동부대우전자는 그룹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매출은 2조 원 정도로 추산되며, 동부제철이 빠질 경우 비금융 계열사 중 최대 규모다.

중남미 등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TV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농업 사업을 영위하는 동부팜한농은 그룹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38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금융 계열사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부화재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주력인 동부화재는 매년 꾸준히 10조 원 이상의 보험료수익을 올리며,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동부제철이 계열사에서 제외되면 동부화재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던 철강과 건설 사업이 쇠퇴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동부화재 의존도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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