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종편 재승인 그후

  • 등록 2020-04-26 오전 8:03:33

    수정 2020-04-28 오전 7:54: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사업자


지난주 미디어 업계의 화두는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재승인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4개의 종편이 있는데 이중 두 회사(TV조선·채널A)가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돼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의 결정 이후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모두 비판할 만큼 정치적으로는 뜨거운 문제였습니다. 진보단체는 재승인을 거부하지 않은 방통위원 사퇴까지 언급했고, 보수단체는 언론장악이라며 반발했죠.

과거보다 재승인 조건 까다로와

TV조선과 채널A는 과거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받았습니다.

TV조선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추가 개선 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선거방송 공정성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고, 채널A는 △나중이라도 소속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가 수사 결과 등에서 공적책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로 확인되면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방통위 차중호 방송지원정책과장에 따르면 ①선거방송 심의규정 준수(각 선거당 법정제재 2건이하 유지)②협찬 고지 의무 ③매해 외주제작 수익배분 가이드라인 준수 ④학회 등 외부기관의 공정성 진단 등은 올해 추가된 것이라고 합니다.

TV조선은 지배구조 개선까지 권고


여기에 TV조선은 특수관계자(조선일보)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대표이사 포함)를 하지 않고, 조선일보에서 TV조선으로 기자·PD직군 직원 파견 해소에 노력하라는 권고사항도 붙었습니다.

권고사항은 재승인 조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승인 후 6개월 이내에 TV조선 측이 방통위에 계획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조건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방통위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TV조선의 계획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고, 차중호 과장은 “권고 사항이라도 계속 불이행하면 다음 재승인 때 조건으로 반영된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김민배 조선방송 대표이사와 홍준호 조선일보사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진행된 청문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이라도 보도 독립성에 영향 미치거나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민영 방송사인 TV조선의 지배구조까지 재승인 과정에서 언급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청와대 게시판에 재승인 취소 청원이 오르는 등 막말·오보·편파 방송 논란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해도 말이죠.

그래서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국민의당 추천)은 “방송법 3조 따른 특수 관계자의 사내이사·대표이사 문제 같은 규정은 지상파 방송사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오후 2시 30분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채널A’ 재허가 결정 회의를 앞두고 동학실천시민행동 소속 시민이 피켓을 들고 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2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는 방통위의 종편 심사 과정을 규탄하는 자유연대·자유언론연합 시위 차량이 등장했다.


방송의 공적 책임과 행정 재량권 논란은 지속될 듯


앞으로의 더 큰 숙제는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의 ‘방송의 공적 책임(특히 공정성 문제)과 행정 재량권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혀가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TV조선과 채널A가 큰 논란에 휩싸인 것은 바로 이 조항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현행 방송법은 보도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근거로 해서 방송사를 재승인을 하게 돼 있습니다. 모든 보도 기능이 있는 채널은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죠. 이는 신문 시장과 다릅니다.

이를 두고 허욱 위원, 김창룡 위원 등 여권 추천 이사들은 “방송의 본질적 주인인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 필요하다”며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안형환 위원(미래통합당 추천)은 “공정성 심사는 누가하는가에 따라 논란이어서 미연방통신위원회(FCC)도 정부 규제에 직접 적용하지 않는다”며 반대합니다.

행정 재량권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우리나라 방송법 근간이 공익주의인 만큼 행정부의 역할도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 추천 위원들은 최대한 법에 있는 조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런 입장차도 정치적인 지형에 따라 달라져왔던 게 사실입니다.

방송의 공공성은 다원화된 민주주의 구현

저는 방송의 공공성은 다원성 보장, 다원화된 민주주의 구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공정 보도 여부는 방송의 내용 심의를 맡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청자가 판단할 문제로 봅니다.

막말이나 오보는 사라져야겠지만(굳이 방송이 아니어도 언론이라면), 편파라는 잣대는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해당 언론사가 반론권을 보장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방심위 징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역할도 기대

이런 가운데 진보성향의 언론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전규찬·최성주)가 KBS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한 방심위의 중징계에 반대입장을 내서 소개합니다.

방심위는 KBS <뉴스9> ‘“정경심, 5촌 조카가 코링크 운용한다 말해”’ 편과 ‘투자처 모른다?…“WFM 투자 가치 문의”’ 편(2019년 9월 11일 방영) 리포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면서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이는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 4점에 해당되는 중징계에 해당되죠.

그런데 언개련은 방심위 결정은 ▲‘객관성’ 적용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 ▲‘선택적 받아쓰기(편집)’는 언론 재량 범위의 행위로 그 이유로 심의하는 것은 부당하며 ▲김경록PB의 의견서를 참고해 제재수위를 높이는 과정에서 KBS에 재차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방심위는 내일(27일)이 사건을 재심의합니다. 언개련은 “언론이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를 함에 있어 위축시키지 않는 환경이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칫 정치 심의 논란에 빠질 수 있는 방심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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