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사건이 점입가경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정윤회 씨가 서로 공방에 나서면서 진흙탕 속 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사태의 진상도 흐릿하나마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추측으로만 떠돌던 청와대 내부의 암투설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의 핵심 참모들이 폭로전에 휘말리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것은 보기에도 딱하다. 국정의 최고 권부(權府)인 청와대 내부에 문제의 소지가 잠복해 있었던 탓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건유출을 국기문란이라 규정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등 조기진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정윤회 씨가 과연 국정에 개입했느냐 여부다. 당사자인 정 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이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의혹을 가라앉히기에는 돌아가는 정황이 구체적이다. 조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정 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연락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한 상태다. “2003년인가, 2004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 비서관의 과거 증언을 전면 뒤엎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검찰의 추가 규명이 필요하지만 거기에 엿보이는 암투의 흔적만큼은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 내부의 ‘문고리 권력’ 구도가 궁금할 뿐이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에 대해서만 진위를 가려도 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연말에 이뤄진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담당비서관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는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전력에 하자가 없었는지 따지는 것은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충분하다. 유출된 문서를 ‘찌라시’ 수준이라고 격하하는 것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문건유출과 관련해 담당 비서관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조치를 취해놓고도 본인들은 검찰에 출두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비서관들이 직접 조사를 받으면 불필요한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는 진상이 제대로 가려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