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안들어오고 빚만 눈덩이로…롯데물산 '비명소리'

채권발행·시설대출약정 등 자금조달 루트 '비상등'
오피스텔 분양도 위험요인 분양실패 땐 자금난 가중
계열사에 악영향 우려
  • 등록 2014-07-24 오전 6:50:30

    수정 2014-07-24 오전 6:50:3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국내 최고층 랜드마크인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의 임시 개장이 늦어지면서 사업 주체인 롯데물산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물산을 중심으로 출자 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공사에 악재가 계속될 경우 롯데그룹 전체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물산,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

제2롯데월드는 토지개발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자금을 조달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면서 회사 기능을 수행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에 가깝다.

수익을 내는 독자사업이 없어 매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011170)(옛 호남석유화학)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배당 수익과 차입금을 통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운영자금 대부분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물산은 보유한 토지와 관련된 세금 등으로 매년 180억~19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가 진행되면서 사업비 등을 위한 차입금 역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순차입금은 6647억원이다. 올해부터 완공시점까지 총 1조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차입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2 롯데월드의 총 사업비는 약 3조5000억원이며, 이 중 롯데물산이 부담하는 실투자비는 약 2조2000억원 수준이다.

롯데물산은 애초 제2롯데월드의 임시 개장을 통한 분양 수익 등으로 차입금에 대한 원금 상환을 계획했다. 하지만 임시 개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임시 개장을 기대해 분양 계약을 체결한 입점 업체들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고 시민 자문단이 제시한 보완 계획을 실행하려면 적잖은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분양 여부 등 위험 요인 잠재

외부 자금 조달 여건도 롯데물산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임시 개장이 지연된 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등 채권 발행 때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더 줘야 해 발행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물산은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의 정정신고 요구 등으로 공모채 발행이 순탄치 않아 사모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사모채는 수요 예측 등의 의무가 없어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공모채보다 투자 저변이 넓지 않아 조달 안정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말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2000억원 규모의 시설자금대출약정을 맺고 자금 조달 루트를 다변화한 것도 자금 조달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시설자금대출약정이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비슷한 자금 조달 방식이다. 분양 수익 등이 예상될 때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뒤 분양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는 일종의 ‘한도 거래’다. 분양권을 담보로 한 ‘마이너스 통장’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그러나 이마저도 임시 개장이 지연된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2조원에 육박하는 제2롯데월드 부지의 현금 가치와 1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롯데케미칼 보유 지분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롯데물산의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8000억원대에 달하는 오피스텔 분양이 완공 후 순조롭게 이뤄질지와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중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올해 4월 기준 51개나 된다. 순환출자 고리란 보통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인 출자로 이어져있는 관계를 말하며 총수가 계열사 자본을 동원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오피스텔 분양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비용만 계속 늘어나 자금난을 촉발할 수 있고, 롯데물산이 자금난에 허덕이면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STX·웅진·동양그룹의 경우 순환출자를 고리로 한 선단식 경영 구조 탓에 특정 계열사의 부도가 다른 회사까지 영향을 미쳐 연쇄부도로 이어진 바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물산의 재무적 대응능력이 충분해 자금 조달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완공 때까지 지속적인 차입이 불가피한 만큼 오피스텔 분양을 통한 투자비 회수 등의 자금 흐름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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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사업이란>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987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에 8만7182㎡(2만 6373평)의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는 막대한 건설비와 사회적인 유·무형의 비용을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28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꿋꿋하게 추진해왔다. 최고 수준의 호텔과 쇼핑몰 등을 망라한 높이 555m, 123층 규모의 국내 최고층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인근 서울공항의 군용기 비행 안전 문제에 따른 설계 변경을 비롯해 각종 특혜 의혹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16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현재 공사가 70% 수준까지 진행됐으나 최근 들어 안전사고 우려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거푸집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주변 지역에 싱크홀 생성 등으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는 시민 자문단을 구성했고, 안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제2롯데월드의 임시 개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저층부 임시 사용을 유보했다. 시민 자문단은 교통 개선을 비롯한 공사장 안전, 피난 방재 등의 추가 대책을 롯데 측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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