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사업 60조 MB정부…지방 집값 25% 뛰었다

참여 정부때 10건 면제 2.5조 투입
호남고속철도 등 장기프로젝트
지방 집값 상승률 3.48% 그쳤지만
MB때 사업 속도내며 효력 발휘
  • 등록 2019-01-28 오전 5:05:00

    수정 2019-01-28 오전 5:05:00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방에선 ‘지방분권화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때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여파로 허덕이던 이명박 정부(MB정부) 당시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4대강사업으로 전국에 건설 물결이 인데다 이전 정부 때 내놓은 각종 지방 개발사업이 2010년 이후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호남고속철 등 예타면제 사업에도 지방부동산 잠잠

27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듬해인 2004년(한국감정원이 처음 매매가격 집계를 시작)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집값(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19.48% 뛰었다. 이는 MB정부(2008~2012년 13.50%), 박근혜정부(2013~2016년 6.6%), 문재인정부(2017~2018년 2.58%)에 견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참여정부 시절엔 공급부족에 시달린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이 경기 활황과 맞물려 가격급등 현상을 보였다. 참여정부 시절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 4.3%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 말까지 수도권 집값은 무려 35%나 뛰면서 서민주거안정을 이뤄야 하는 정부에겐 큰 부담이었다.

지방은 정반대였다. 지방분권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도 집값은 3.48% 상승에 그쳤다. 참여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도시 등을 전국 시·도에 나눠 지정하며 대대적인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당시 이러한 지방분권화의 성공을 위해 경부고속철도 개발 프로젝트에 이어 호남고속철도사업, 강릉~원주 고속철도 계획을 발표하며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했지만 장기프로젝트로 당시엔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당시 풀린 100조원이 넘는 토지보상금도 대부분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비난까지 잇따랐다.

MB정부, 4대강살리기 등 예타면제사업이 불쏘시개

참여정부의 각종 건설·부동산 정책이 효력을 발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정권인 MB 정부 들어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3.95% 오르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지방은 무려 24.85%나 뛰었다.

MB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들고 나왔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형성된 반대여론에 동력을 잃었다. 대안으로 내놓은 게 바로 홍수, 가뭄 등에 대비해 지방 하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중심으로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4년 안에 마무리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였다. 정부 재정만 22조원이 투입됐고, 사업을 서두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특히 MB 정부 들어선 예타면제사업이 대폭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8~2012년까지 예타면제사업은 총사업비 60조원 규모의 88건에 이른다. 참여정부시절인 2005~2007년 예타면제사업 10건 2조5000억원의 수십배에 달한다.

4대강사업이 착공과 동시에 본궤도에 오른 2010년 지방 주택가격 변동률은 5.44% 올랐고, 다음 해인 2011년엔 무려 12.74%나 뛰었다.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지방 연간 변동률 중에선 최고치다. 4대강사업지 주변과 참여정부 당시 시작한 혁신도시, 세종시 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주변 주택시장을 들뜨게 했다. 이전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첫 삽만 떴던 지역균형발전 사업들이 MB정부 들어 본격 추진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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