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걸어 건너오"…한탄강 얼음트레킹

강원도 철원의 겨울이 선물한 얼음길
직탕폭포서 고석정까지 6km
거대한 빙폭 속 색다른 장관 압권
용암협곡 둘러보며 뽀득뽀득 물위 산책
  • 등록 2014-12-23 오전 6:42:00

    수정 2014-12-25 오전 10:29:36

한탄강 최고의 비경으로 꼽는 ‘송대소’의 적벽. 송대소는 이무기가 살았을 정도로 깊은 소(所)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추운 겨울 언 강 위로 길이 열리면 깍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벽 사이로 난 얼음 세계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한겨울에만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고도가 높은 철원은 겨울 아침해가 1시간 늦게 떠오른다. 붉은 기운을 한껏 품은 해가 솟아 오르면 말 그대로 적벽(赤壁)이 된다.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철원을 가로지르는 한탄강은 은하수 한(漢)자에 여울 탄(灘)자를 쓴다. 우리말로 ‘큰 여울’이란 뜻이다. 이 강은 보통 강과 다르다. 우선 그 발원이 북한(평강)이다. 모태는 화산이다. 그게 27만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강물이 흐르지만 그전에는 용암이 흘렀던 자리인 게다. 그래서 지형도 특이하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명처럼 협곡이다. 생겨난 이력만큼이나 지형 또한 독특하다. 학술용어로는 추가령 구조곡이라 불린다. 구조곡은 길게 파인 침식지형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마른 논이 갈라지듯 ‘쩍’하고 벌어진 독특한 구조다. 그래서 평지에선 강이 보이지 않는다. 강을 눈앞에서 보려면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협곡은 위에서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수직으로 뻗은 적벽이 양옆으로 길게 뻗어 있다. 본래는 한탄강의 깊고 험한 골짜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야 한다. 겨울은 다르다. 두 발로 걸어서도 즐길 수 있다. 언 강 위로 길이 만들어진다. 이름하여 ‘한탄강 얼음트레킹’. 주상절리 협곡의 절벽을 머리에 이고 강을 따라 걷는다. 사계절 중 이때만 만들어지는 길이다. 이 겨울, 강원도 철원으로 가야 할 이유다.

▲용암이 빚은 협곡 위로 길을 내다

강 위를 걷는다. 물론 얼어붙은 강 위다. 코스는 직탕폭포에서 시작해 순담계곡까지 가거나 혹은 그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완전히 꽁꽁 얼기에는 조금 이른 12월 중순. 안전을 위해 강 위와 한탄강 둘레길인 ‘한여울길’을 오며 가며 걸었다. 트레킹의 안내는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한탄강
모닝캄빌리지 펜션에서 바라본 한탄강 최고의 비경으로 꼽는 ‘송대소’ 전경. 송대소는 이무기가 살았을 정도로 깊은 소(所)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추운 겨울 언 강 위로 길이 열리면 깍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벽 사이로 난 얼음 세계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한겨울에만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여행가이드를 하는 김기수 모닝캄빌리지 이사. 그는 “1월 중순이면 한탄강이 충분히 얼어 정말 강 위를 걸을 수 있다”며 “트레킹 시작 전에 충분히 몸을 풀고 등산용 신발과 스틱 등의 장비는 필히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레킹 시작점인 직탕폭포는 철원 8경 중 하나. 수년 전 드라마 ‘덕이’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폭이 80m지만 높이는 2~3m 남짓. 밑으로 높지 않고 옆으로 긴 폭포다. 다른 계절에 보았다면 높이에 살짝 실망하기 십상. 하지만 겨울철 풍경은 사뭇 다르다. 힘찬 물살이 쏟아지면서 거대한 고드름 기둥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찬물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일반 폭포의 형태와도 조금 다르다. 댐도 아니고 수중보도 아닌데 강물이 좁혀지거나 넓혀지지 않고 폭 그대로 뚝 끊겨 떨어진다. 이런 폭포는 한반도에서 유일하다. 가까이서 보면 더 장관이다. 얼음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소리 또한 장쾌하고 우렁차다. ‘한국의 나이아가라’라 불리는 이유다.

직탕폭포에서 약 300여m를 내려가면 송대소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에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직탕폭포에서 이어지던 낭만적인 풍경이 송대소로 접어들면서부터 갑자기 묵직해진다.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벽의 병풍에 주눅이 드는 탓이다. 거대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초라함이랄까.

송대소는 이무기를 잡겠다고 찾아온 개성 송도 사람 삼형제 중 둘이 물려 죽고 나머지 하나가 이무기를 잡았다는 전설이 깃든 한탄강의 깊은 소.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현무암 기암절벽에는 결대로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들이 촘촘하다. 겨울에 보여주는 적벽의 뼈대는 가히 장관이다. 반대편 적벽에는 바위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샹들리에처럼 얼어붙어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송대소의 가장 깊은 수심은 약 30m 가량. 김 이사는 여름철에는 물살이 깊어 익사사고가 자주 난다고 귀띔했다. 강 가운데에 강가의 절벽 크기와 견줄 만한 수중 절벽이 있다고 한다. 그 깊이가 절벽을 기준으로 2단 구조란다.

송대소를 지나 승일교까지는 너덜지대다. 제법 강폭이 넓다. 여인네의 허리가 연상될 만큼 부드러운 곡선의 마당바위를 지나면 한탄강 제1경인 고석정이 나온다. 고석바위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우뚝하다. 무려 20m 높이의 장대한 화강암이다. 정상부의 소나무 군란에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수묵화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 맞은 편으로 조선 왕들이 사냥하러 왔다가 들러 연회를 베풀었다는 2층 누각도 멋들어진다.

이런 곳에 숨은 이야기하나 없으랴. 조선시대 의적인 임꺽정이 이곳에 등장한다. 그는 고석정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 건너편 산등성이를 따라 석성을 쌓고 자연 동굴에 은신했다. 관군이 몰려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에 숨었다고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꺽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시원스레 쏟아붇던 물줄기가 동장군의 위세에 눌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린 ‘삼부연폭포’.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도 금강산을 그리러 가다 이곳의 모습에 반해 화폭에 담았다고 할 만큼 이름 높은 폭포다.


▲거대한 빙폭 속 색다른 장관

한여름 시원스레 쏟아붓던 물줄기가 동장군의 위세에 눌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 철원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 바로 이 거대한 얼음덩어리, 빙폭(氷瀑)을 보기 위해서다.

삼부연폭포는 정말 편하게 만나는 폭포다. 폭포는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의 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읍내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로 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보통 산 중턱에 있는 폭포와 달리 길가에 있어 산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편하다고 해서 폭포의 감동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빙폭을 가까이 가서 만져볼 수는 없지만 얼기 전의 장쾌함은 그대로 전해져온다. 20m 암벽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 낙하하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코끝 시린 추위에도 찾아갈 볼 만한 장대함이다.

삼부연은 물이 층암으로 된 바위벽을 세 번 걸쳐 내려오며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해서 붙은 이름.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도를 닦던 네 마리의 이무기가 있었는데 세 마리가 폭포의 기암을 각각 하나씩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세 곳의 구멍에 물이 고인 것이 삼부연. 상단의 못을 노귀탕, 중간 못을 솥탕, 하단의 가장 큰 못을 가마탕이라 부르고 있다.

바위를 투박하게 뚫어 만든 오룡굴 앞이 바로 폭포가 있는 자리다. 1970년대 군인들이 뚫은 것이라고 한다. 터널은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않아 동굴의 날것 분위기가 물씬하다. 지금은 확장공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차 한 대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굴 밖으로 나서면 개울가를 따라 2㎞ 상류에 용화저수지가 있다.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도 금강산을 그리러 가다 이곳에서 삼부연폭포를 화폭에 담았다고 할 만큼 예부터 이름 높은 폭포였다고 한다.

매월대폭포의 얼음빙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근남면 잠곡리 복계산 자락에서 떨어지는 폭포다. 매월대란 이름은 복계산 정상 40m 높이의 층암절벽을 일컫는다. 조선 세조의 왕위찬탈에 비통해하며 전국을 떠돌았던 매월당 김시습이 조씨 성을 가진 여섯 형제 및 두 조카와 함께 은거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김시습이 은거하면서 바둑을 뒀던 암봉을 마을 사람들이 매월대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매월대폭포는 등산로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500m쯤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오름길에 들어선 지 10분쯤이면 당도하는 매월대폭포는 자체만으로는 빼어나다 할 수는 없지만 제법 높이도 있고 빙벽의 규모도 큰 편이다. 물줄기마다 고드름으로 변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마치 울끈불끈 근육질을 닮았다.

한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송대소의 겨울. 양 옆으로 30여미터의 적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위압감이 대단하다. 1월 중순 충분히 얼음이 얼고나면 강 위로 길이 열려 직접 적벽의 주상절리를 만져볼 수 있다.
매월대폭포의 빙폭(氷瀑). 제법 높이도 있고 빙벽의 규모도 큰편이다. 물줄기마다 고드름으로 변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마치 울끈불끈 근육질을 닮았다.


▲여행메모

제3회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내년 1월 17~18일에 열린다. 이번 축제는 코스를 지난해보다 연장했다. 이전 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 구간에서 2㎞ 늘어난 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 구간인 총 6㎞. 철원군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섶다리와 징검다리를 설치했다.

△가는길=서울외곽순환도로로 구리 IC에서 내려 47번 국도를 타고 퇴계원·일동 방면으로 달린다. 포천·운천 방면 43번 국도로 갈아타고 신철원까지 간다. 구리 IC에서 직탕폭포까지 약 85㎞.

△머물곳

▷모닝캄빌리지= 동송읍 장흥리에 송대소를 끼고 있다.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연예기획사에서 운영해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종종 쓰인다. 모든 객실에 한탄강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딸려 있고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A동부터 E동까지 총 22개의 객실 중 A동은 6인 이상 최대 10명까지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복층구조, B동부터 E동까지는 2인실과 4인실로 구성돼 있다. 한탄강의 비경을 가장 가까이서 즐기고 싶다면 B동을 추천한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 최소 22만원(2인실)에서 최대 140만원(6인실). 객실기준 인원을 초과할 경우 1인당 5만원씩 추가비용이 든다.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한탄강 자전거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010-2477-2005

▷한탄리보스파호텔= 동송읍 장흥리에 있다. 한탄강의 물길을 내려다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68개의 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췄다. 객실 요금은 13만원에서 50만원까지. 사우나는 성인(7000원), 어린이(5000원)이다. 033-455-8275.

▷금비펜션=동송읍 장흥리 직탕폭포 입구에 있다. 직장인이나 대학생 MT 장소로 유명하다. 총 18개의 다양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요금은 13만원에서 32만원까지다. 033-455-0035.

△볼거리=철원은 안보관광지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철원에는 제2땅굴을 비롯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백마고지, 승리전망대 등이 있다. 안보관광지를 둘러보려면 신분증을 휴대하고 고석정 관광지의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에서 출발 10분 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차량을 이용한 개인 관광객은 오전 9시 30분, 10시 30분, 오후 1시, 2시에 단체로 출발한다. 매주 화요일과 설날 등 명절은 휴무. 토·일에는 개인차량을 이용할 수 없고, 유료 셔틀버스만 운행한다. 033-455-8276.

△먹거리

▷갈말읍 내대리에 가면 내대막국수가 유명하다. 막국수와 편육이 맛있다. 손님이 주문하면 국수를 삶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긴 편. 식당 뒤편에서 직접 메밀을 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막국수(6000~7000원), 편육은 1만 8000원이다. 갈말읍 내디리 675-7. 033-452-3932.

▷동송읍 이평리 한국농어촌공사 옆에 있는 옛고을 순두부는 지역민에게 더 유명한 곳이다. 100% 국산콩만을 사용해 직접 만든 순두부(7000원)와 두부구이(7000원)가 대표 메뉴. 하지만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쌀국수(5000원)도 냉면 못지않게 맛있다. 동송읍 이평10리. 033-455-9497.

얼음 트레킹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직탕폭포’. 철원 8경 중의 하나로 길이 80m, 높이 2~3m 남짓하다. 거대한 물살이 혹한기 한파에 얼어붙은 모습이 시원하다.
내대막국수. 물국수와 비빔국수가 유명하다. 직접 메밀을 쒀 내어 놓는 것이 인상적이다. 곁들여 보쌈을 함께 주문하면 부족함 없이 맛 볼 수 있다.
옛고을순두부. 100% 국산콩만을 사용해 주인장이 직접 만든 순두부와 두부구이가 이 집의 대표메뉴다. 주인장이 직접 개발했다는 쌀국수도 냉면 못지 않은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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