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전쟁]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검찰·안철수 '변수'

'경제검찰' 공정위 고발 1.5%..더민주 "대기업 면죄부"
검찰 "버벅거리는 공정위, 이젠 협업해야"
공정위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기업활동 위축"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폐지? 더 논의해봐야"
  • 등록 2016-07-11 오전 6:00:01

    수정 2016-07-11 오전 6:00:01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선상원 기자]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전속고발권 폐지론’은 10여 년간 풀지 못한 난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명분에 맞는 솔깃한 주장이지만 반발, 후유증에 누구도 총대를 메고 이를 현실화하진 못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라며 폐지론에 불을 다시 당겼다. 앞으로 여소야대 국회에서 얼마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검찰의 수사권 확대에 대한 판단,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입장이 최종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고발 1.5% 불과..野 “대기업 면죄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기자)
전속고발권 폐지론은 공정위가 독점하는 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현재 5개 법률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지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71조)에 따르면 ‘(해당법 위반) 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고발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가 처리한 4079건(2014년 기준) 사건 중 검찰 고발로 이어진 경우는 62건(1.5%) 수준에 불과했다. 더민주, 시민단체 측은 “전속고발권이 대기업의 면죄부로 이용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중소기업과 만나 각각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불공정 거래행위는 솜방망이 처벌이 제일 큰 문제”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했다.

이 결과 여야 합의로 검찰에만 부여된 고발요청권(1996년 시행)을 2014년부터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으로 확대했다. 이들 기관이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혐의를 포착,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고발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현재도 이들 기관을 통해 누구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번거로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혐의 사건에 대한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윤수현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해당 규정에는 무혐의 사안까지 고발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공정위가 시정명령 등을 내려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안에 한정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왔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이뤄진 고발요청권은 13건(중소기업청 9건, 조달청 3건, 검찰 1건)뿐이다. 고발요청권 제도가 실효성을 의심 받는 이유다.

검찰 “공정위 반성해야” Vs 공정위 “기업 활동 위축 불가피”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고발 건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고발요청권을 부여 받았지만 민간 업체를 감사할 권한이 없어 고발까지 갈 물증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일반 기관이나 단체보다는 수사권을 가진 경찰, 검찰에 고소·고발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검찰 쪽은 수사권 확대에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는 검찰을 경계하며 전속고발권을 틀어쥐고 있지만 그동안 1~2년씩 버벅거리며 고발도 안 한 건 반성해야 한다”며 “정원이 500여명에 불과하고 사건당 3~4명에 그치는 조사 인력이 대형사건을 맡고 있는 건 ‘한강에 돌 던지기’ 수준이다. 현 역량을 고려하면 수사기관과 협업해 경제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문제가 생긴다”며 소송 남발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사업자, 시민단체, 하도급 업체, 노조 등이 무조건 고발에 나서 민사적 분쟁도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정당한 기업 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기업은 변호사 등 대응할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정위가 ‘경제검찰’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 검찰 수사 후유증 등을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제3 대안론’이 부상할 경우 국민의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고발권을 넓게 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피해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고발권을 줘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지는 조금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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