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또 110달러대 폭등…70·80년대 오일쇼크 현실로(종합)

WTI, 7% 넘게 폭등하며 112.12달러 마감
유럽마저 러 원유 금수 나서나…공급 우려
이 와중에…최대 산유국 사우디 공격 당해
파월, 70년대 오일쇼크 거론 "근래 못봤다"
  • 등록 2022-03-22 오전 5:15:51

    수정 2022-03-22 오전 5:15:51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또 폭등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추후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 제공)


21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2.62달러까지 상승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116.71달러까지 폭등했다. 8%에 가까운 상승 폭이다.

이날 폭등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EU 고위 외교관은 “5차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새로운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EU의 5차 대러 제재에 원유 금수 조치를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25%에 달한다. 미국이 금수 조치를 시행했지만 유럽은 이를 따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역시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곧 유럽 각국이 다른 경로를 통해 원유를 대규모로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유시장의 수급이 뒤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추가 폭등 재료다.

심지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협상 시도가 실패할 경우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셈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전략가는 “유럽이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원유 공급의 실질적인 키를 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 압박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OPEC+의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반군으로부터 국영 석유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 당해서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런 공격이 격화한다면 원유 공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는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경제활동의 비용을 높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졌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 나와 “유럽에서의 전쟁과 서방 진영의 강력한 제재는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광범위한 원자재에 걸쳐 시장 혼란이 일어난 걸 근래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경험을 지목하면서 “행복하지 않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1970~8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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