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주 가끔 어떤 분이 용기를 내서 “선생님은 수술 안 받아 보셨잖아요”하고 물으면 기분 좋게 대답한다. “제가 수술 받은 지 10년이 넘어서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현재 경험상으로는 정말 편하고 좋은 수술입니다”하고 말이죠. 이후에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아니라 먼저 수술 받은 선배로서 이야기가 한결 쉬워지고 환자들도 더 편해하는 것을 느끼곤한다.
실제로 필자도 과거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껴온 고도근시 환자였다. 고등학교 때 이미 -7디옵터를 넘었고 난시도 많아 혹여 안경을 깨먹거나 하면 렌즈를 쉽게 구하지 못해 며칠씩 깨진 안경을 대충 맞춰 끼고 지낸 적도 있었다. 물론 안경이 무겁다 보니 늘 줄줄 흘러내리는 바람에 연세 드신 분들이 돋보기를 코에 걸친 것처럼 지낼 때도 많았다.
게다가 운동을 할 때에는 안경을 수없이 깨먹기 일쑤였고, 군대에서는 화생방부터 일상생활까지 항상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짐이 되었으며, 찜복이나 다름없는 방사선 차단복을 입어야 했던 레지던트 시절에는 땀에 안경이 자꾸 흘러내리는 바람에 어리버리한 행동을 많이 하기도 했다. 콘택트렌즈를 안 해본 게 아니지만 난시가 많아 렌즈가 자꾸 움직이는데다 나중에는 알레르기까지 생기면서 충혈과 통증이 동반되는 등 수 많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평생 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왔던 것이 바로 안경이었다.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회복실에 들어가는데 나도 모르게 추켜 올린 안경이 없었다. 분명 눈 앞은 잘 보이는데… 이제는 필자가 시력교정 수술을 하는 안과의사가 됐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수술 후 바로 안경 없이 세상이 보인다는 것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듯 저부터가 의사로서가 아니라 먼저 수술을 받은 선배로서 레이저를 이용한 라식이나 라섹 수술이 정말 우리를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 지 잘 겪어 보았기 때문에 수술 후에 어쩔 수 없이 거치는 불편들이 결국은 시간이 가면서 봄 볕에 눈 녹듯 다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룬 요즘은 더욱 그렇다. 때문에 오늘도 웃는 낯으로 여러분께 수술 받으시라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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