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패션사업 재조정 착수.."에버랜드 부담 줄여라"

내달 1일 매각 앞두고 사업부 헤쳐 모여
각 사업부 그룹계열사 소유빌딩으로 이사
대표 패션 디자이너 퇴사..인력정리도
사업 받는 에버랜드에 부담 최소화 포석
  • 등록 2013-11-18 오전 7:02:00

    수정 2013-11-18 오전 7:02: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이 내달 1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을 앞두고 사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흩어져 있던 패션부문 각 사업부를 한 곳으로 모으고 브랜드 정리작업도 진행중이다. 패션사업에 경험이 없는 에버랜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에 따로 둥지를 틀었던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사업부가 지난 2일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패션부문 본사로 이전했다. 사업부장 박철규 전무를 비롯해 80여명의 에잇세컨즈 팀은 현재 수송동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패션부문 본사 전경. (사진=제일모직 제공)
지난 6일에는 청담동 호림빌딩에 있던 ‘여성복사업부’와 ‘수입사업부’가 각각 제일모직 소유 빌딩인 한남동과 청담동 사무실로 옮겨 갔다. 지난 2008년 시장 접근성과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수송동 본사에서 호림아트센터 사무동실로 입주한지 5년 만이다.

제일모직(001300)은 기존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쓰던 사무실을 모두 정리하고, 캐주얼·여성복·남성복·수입사업부 등 패션사업 전 부문을 본사 및 제일모직 소유 사무실로 이전을 마쳤다.

업계에선 패션부문 매각이 알려진 직후부터 이미 사업부 전체가 수송동 본사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수송동빌딩에 전체 사업부가 입주할 공간이 없어, 일단 다른 제일모직 소유 빌딩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도 지난 6일 제일모직이 현재 패션부문 본사로 쓰고 있는 삼성생명수송동타워 일부를 12월1일부터 임대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수송동 빌딩 외에 한남동이나 청담동 빌딩 임대 공시를 내지 않은 걸로 봐서는 당분간 사용하다 수송동 빌딩으로 합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본사 건물 17층에 임대해있던 회사가 계약이 만료돼 이전했고, 그래서 이 사무실을 입대해 입주했을 뿐”이라며 “다른 사업부가 한남동 회사 소유의 빌딩으로 이전한 것도 빈 사무실을 채운 것에 불과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업계는 일련의 과정이 에버랜드로의 매각 이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사업 재정비 작업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돼 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작년 말 그룹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전사 경영지원실장(CFO)을 맡고 있던 윤주화 사장을 제일모직 패션사업 총괄 사장으로 발령냈을 때부터 사업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 실제로 재무통인 윤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맡은 뒤 실적이 좋지 않은 브랜드를 대거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주력해왔다.

지난달 초에는 지난 2009년부터 수입판매 중인 이탈리아 고급 화장품 ‘산타마리아 노벨라’ 판매사업을 신세계백화점에 넘겼다. 산타마리아 노벨라는 2009년 제일모직의 첫 수입화장품으로 화제가 됐던 브랜드다.

특히 제일모직 대표 디자이너였던 정구호 전무가 지난 15일 10년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매각을 위한 인력 조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부문의 이동과 정 전무의 퇴진 등 일련의 과정은 패션사업 경험이 없는 에버랜드가 사업을 양도받은 후 가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며 “삼성이 이번 패션사업 양수도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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