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전 23승의 장수이자 적장조차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성웅’ 이순신. 최근 이순신 신드롬에 불을 지핀 영화 ‘명량’은 이순신 생애 가장 괴롭고 어려웠던 시기에 집중해 기적과도 같은 승리의 감동을 더한다. 대중을 매료시킨 건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을 물리친 결과 자체가 아니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돌려놓은 도전과정, 자신보다 나라를 더 걱정했던 지도자가 전한 울림이 컸다.
잔혹한 고문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었을 그때다. 칠천량 해전에서 그의 최고 무기였던 거북선도 모두 소실됐다. 군사들은 죽음의 두려움에 떨다가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이순신은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인 나라를 구해냈다. 21세기 ‘명량’이 상기시킨 이순신의 리더십은 지덕(知德)을 갖춘 ‘희생’이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한 사람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명의 적도 떨게 할 수 있다 하였다.”
이순신은 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기본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정보를 모아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의 허점을 찾아내 공략하는 방식으로 대승을 거뒀다. 지형과 환경을 이용한 전략과 전술,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열세를 극복해냈다.
또한 조직 내부의 규율을 확고히 해 명령체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도망치다 붙잡힌 병사의 목을 과감하게 베던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열을 이탈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렸다.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면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신이 살아 있는 한 적들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임금도 포기한 전투. 육군에 합류하라는 왕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바다를 지키던 이순신은 피를 토하며 이 같은 내용의 상소를 써내려간다. 부하 장수들은 싸움이 불가하다며 이순신을 만류한다. 하지만 이순신의 답은 진지를 불태우는 것이었다. 그러곤 이렇게 외친다. “똑똑히 보아라.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운다. 더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옳은 일은 과감하게 밀어부치고 어려울 때일수록 선두에 선 장수 이순신. 리더로서의 추진력과 당당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순신의 이러한 솔선수범은 군사들은 물론 백성들의 마음까지 하나로 묶는 결과를 낳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명량’은 민의를 읽어 성공한 영화다”라며 “이순신처럼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부하 직원을 위해 또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는 현대에 흔치 않다. 그런 희생의 리더십이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
이순신은 준엄함과 자애로움을 겸비한 리더였다. 영화에서 자신을 의심해 모진 고문까지 가한 임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이순신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아들 이회는 “아버님은 왜 싸우시는 겁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이순신의 대답은 “의리다”였다. 이순신이 400년 넘게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는 이유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자애로운 리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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