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그제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측면도 있지만 입법 조치가신속히 진행되지 못해 대책이 현장에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 쪽에서 “현 부총리가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혼선 등 정부 정책의 난맥상이나 ‘경제사령탑’으로서 리더십 부재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행정부와 입법부가 책임공방을 하는 사이 경제 관련 입법은 장기 표류하고 있다.
얼마 전 극적으로 해결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폐쇄)이 우리 국회에서 재연되고 있는 느낌이다. 국회에 정쟁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처럼 일 년 내내 정쟁에 매몰돼 입법이 한없이 지연돼서는 곤란하다. 기다리다 못한 정부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국정과제 이행 등을 담은 ‘정기국회 경제 분야 중점 추진 법안’ 102건의 목록을 공개하며 법안 처리를 간곡히 촉구하고 나섰지만 지금 국회가 돌아가는 양상으로 보아 이들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4·1 부동산 대책’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등을 담고 있어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정책이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회에서 겉돌고 있다. 심지어 2010년과 2009년 각각 제출된 서비스업 발전기본법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2조 3000억 원의 투자를 일으킬 수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서울 도심의 7성급 호텔 건립을 뒷받침할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정부가 국회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주요 법안들이다.
정부 정책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면 입법을 전제로 잡아놓은 경제성장 목표나 공약 이행 등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정부는 ‘정책은 타이밍’이라며 신속한 입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미비하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하면 된다.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묵히는 경제 살리기 법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쟁할 땐 하더라도 국회가 본업에 충실히 임해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