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도 아닌데…" 딥페이크범 잡을 '보전명령' 연내 통과되나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표발의한 조배숙 의원
보전명령 제도, 검경 주도권 다툼 끝 극적 합의
협약 가입땐 해외증거 24시간내 확보 가능
"여야 사이버범죄 대응 시급성 공감"
  • 등록 2024-11-29 오전 5:20:00

    수정 2024-11-29 오전 7:49:5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국제회의에 가면 ‘한국이 후진국도 아닌데 이런 것도 가입 안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조배숙(사법연수원 12기)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전명령 제도의 시급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조배숙·조지연·송석준·장동혁·유상범·박충권·곽규택·신동욱·김은혜·박준태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됐다. 조 의원은 보전명령 대신 ‘보전요청’으로 명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디지털 범죄 수사와 피해자 구제의 고충을 지속적으로 전해 들어왔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카카오톡은 통신 ‘내용’을 3일만 보관하고, 통신 ‘내역’은 1년간 보관한다”며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보전하지 못하면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보전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보전요청서를 직접 제시하거나 우편, 전자적 수단으로 송부할 수 있다. 보전요청을 받은 서비스 제공자는 즉시 해당 정보가 삭제·변경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그 결과와 목록을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조 의원은 “보전요청의 주체는 검사로 하되, 긴급한 경우에는 경찰이 직접 요청하고 사후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보전기간은 60일을 기본으로 하고 30일 연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보전명령 제도 도입은 검·경 주도권 다툼으로 10년 넘게 난항을 겪어왔다. 조 의원은 “경찰은 경찰이 정보 보전 명령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무부는 검사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N번방 사건,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부처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보전명령 제도 도입 법안을 발의했으나, 성범죄에만 한정돼 있어 부다페스트 협약이 요구하는 포괄적 사이버범죄 대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반면 조배숙 의원안은 모든 범죄 유형에 적용 가능해 협약 가입 요건에 부합한다. 조 의원은 “여야 모두 사이버범죄 대응의 시급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정쟁과 무관한 민생입법으로서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행입법이 완료되면 2~3개월 내 협약 가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회의 빠른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재 해외에서 디지털 증거를 받는 데 1~2년이 걸려 대부분 증거가 삭제된 후에야 자료를 받고 있다”며 “협약에 가입하면 24시간 내 증거 보전이 가능해져 수사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범죄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자에게 딥페이크 영상을 전송하면서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경우 겁을 먹은 피해자가 영상과 대화내용을 삭제하더라도, 수사기관이 3일 내에 카카오톡 측에 보전요청을 해 영상과 대화 내역을 보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개정안은 보전된 정보의 보호를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누설 금지 의무도 규정했다. 조 의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조 의원은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보전요청 제도 외에도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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