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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미국에 사는 한지수(가명·34)씨는 최근 애플 주식을 몇 주 샀다. 최근 애플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하고 만족했기 때문이다. 주당 110달러(약 12만원)대의 가격으로 주식 매수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한 씨는 “아이패드와 함께 애플TV도 인상 깊었다”며 “주주가 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해 경쟁사보다 더 호의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소액주주를 일종의 ‘골칫거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난동을 부릴 수 있는 위험한 인물쯤으로 생각했다. 소액주주인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주주관리가 쉽지 않아진다는 통념이 자리하게 됐다.
실제 한 기업 IR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 소액주주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비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대표적인 황제주였던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주가가 300만원을 넘는 초고가주였을 때 액면분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황제주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인식이 변하고 있다. 액면분할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늘어나는 소액주주들의 충성도에 관한 기업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028260)과 헤지펀드 엘리엇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개인 주주들의 애국주의적 성향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시장서비스팀 팀장은 “국민들에게 주주라는 자부심 심어주고 기업으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기업 이미지를 단한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은 주가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액면분할은 늘어나는 유동성으로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 기회를 높여주고, 이를 통해 기업은 추가적인 자금을 쓰지 않고도 주가를 좀 더 쉽게 부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한 단체행동에 나서기 쉬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충성도 높은 개인 주주들이 늘어나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도 실보다는 득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기업에게 늘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하지 않는 기업의 리스트를 공유, 이들 주식을 일제 매도하는 ‘룰’이 존재할 정도로 기관투자자의 압력이 세다. 또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 당시 외국인의 현대차 매도 공세는 현대차 주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단 팀장은 “엘리엇 사태만 보더라도 소액 주주들은 애국주의적 경향이 강하지 않느냐. 기업 입장에서는 잘 이용하면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오히려 기관 투자자 등 특정 투자자에게 집중되는 부분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