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끝에서 만난 새로운 시작 '태안 만대항'

충남 태안 태안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포구 '만대항'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곳
  • 등록 2016-01-10 오전 6:22:00

    수정 2016-01-10 오전 6:22:00

만대에서 본 해질무렵의 솔향기길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끝으로 내달린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다. 태안 만대항은 태안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포구다. 반도 남쪽 끝 영목항이 안면도의 유명세로 번잡한 항구가 됐지만, 북쪽 가로림만의 만대항은 한적한 겨울포구의 모양새를 지녔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는 상념에 젖기에는 이원면 만대항 일대가 호젓해서 좋다.

◇위안의 길이자 사색의 길 ‘솔향기길’

만대항에서의 새해 설계는 솔향기길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한다. 만대항은 태안 솔향기길 1코스의 출발점이다. 솔향기길은 태안반도의 세월과 절경을 간직한 채 유유히 이어진다. 바닷가 비탈 위로 연결된 태안반도의 끝 길을 걸으며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체험은 색다르다.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절묘한 합을 이룬다. 만대항을 기점으로 반도 서쪽으로 내려서는 솔향기길 1코스의 저녁노을 트레킹은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길은 위안의 길이고, 사색의 시간 길이다.

솔향기길의 태동은 2007년 기름유출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름제거작업을 위해 이용하던 방제로와 군부대 순찰로, 임도, 오솔길들이 서로 연결돼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졌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감상하고 솔향과 바다내음, 파도소리를 들으며 탐방하는 길은 북적이지 않아 더욱 정감이 간다. 길 어느 곳에 멈추고 생각에 빠지면 혼자만의 정적이 동행한다.

만대항을 기점으로 태안반도의 끝자락에는 상념을 부추기는 조연들이 길목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삼형제바위, 새막금쉼터, 당봉전망대 등은 만대마을을 에워싸고 절경을 만들어낸다. 삼형제 바위는 일출을 맞기에 좋으며, 해넘이는 새막금쉼터 인근이 최적의 포인트다.

만대마을에서 하룻밤을 청한다면 당봉 전망대에 올라 반도의 동서쪽 바다에서 펼쳐지는 태양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만대마을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해변길은 바다와 어우러진 솔숲의 멋진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매년 1월 1일이면 당봉전망대에서는 새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마을주민을 중심으로 떡국을 나눠먹는 소소한 잔치가 곁들여진다.

만대항 전경
◇추위를 녹이는 만대항의 푸근한 인심

만대항의 겨울은 굴이 푸짐하게 쏟아질 때다. 물이 빠지면 종패를 매단 굴 밭이 포구 앞으로 드넓게 도열한다. 올해는 작황이 예전같지 않지만 푸짐한 인심만은 그대로다. 만대항에는 횟집이 세곳. 횟감들도 풍성해 만대항의 주말을 들썩이게 만든다. 가로림만 일대는 태안 인근 바다중에서도 어족의 산란장으로 유명하다. 우럭, 노래미, 농어 등이 쏠쏠하게 나온다.

만대마을 사람들이 회고하는 포구의 과거는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낸다. 만대까지 버스도 다니지 않았던 시절, 포구는 겨울이면 눈밭길을 서너시간 걸어서 닿아야 했던 외딴 곳이었다. 대신 인천까지 배가 오가던 때가 있었고, 급한 용무는 가로림만 건너 서산으로 고깃배를 띄웠다. 요즘도 서산 인부들이 점심으로 매운탕 한 그릇을 먹고 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횟집 주인은 전한다.

솔향기길이 생기면서 만대항의 풍경은 제법 바뀌었다. 유명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이 들어섰고 주말 낮이면 걷기 여행자들이 단체로 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순간의 들썩임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만대항은 다시 예전 고요했던 포구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정적만 남은 해질무렵의 만대항은 한갓지고 여유롭다. 만대항 아래로는 겨울 휴지기에 들어간 만대염전이 가로림만의 바다처럼 소담스럽게 늘어서 있다.

만대항에서 시작된 솔향기길 1코스는 남쪽 꾸지나무골 해변까지 약 10.2km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거스르고 굴바위를 지나며 자갈해변을 걷는 3시간 30분의 여정이다. 길 곳곳은 마을, 바닷가, 펜션 등으로 연결되며 휴식과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한다. 썰물 때 몸을 드러낸 바위에는 자연산 굴이 다닥다닥 치열하게 붙었다. 굴 한 줌이면 저녁 밥상은 훌륭하게 채워진다.

바다와 맞닿은 용난굴
◇두마리 용이 승천한 ‘용난굴’

길목에서 만나는 용난굴, 와송, 꾸지나무골 등은 저마다의 사연을 전한다. 용난굴은 바다와 맞닿은 동굴이다. 제법 커다란 동굴 안에 들어서면 두개의 동굴 길로 나뉘는데 두 마리 용의 승천과 망부석에 관한 전설이 담겨 있다. 용난굴 가는길의 와송은 밀물 때면 누워 있는 소나무가 잠기는 독특한 형세를 지녔다.

솔향기길 1코스의 종착점이자 태안반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수욕장이 꾸지나무골 해변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숲으로 덮인 오지 해변이었던 꾸지나무골은 닦인 길도 없고 불도 들어오지 않는 모래사장이었다. 뽕잎의 대용인 꾸지나무잎으로 누에를 치던 곳이 지금은 송림을 병풍삼은 훌륭한 해변이 됐다.

만대항에서 603번 지방도를 되돌아 내려오면 길은 원북을 거쳐 신두리 사구로 연결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바닷가 모래 언덕으로, 태안 8경 중 하나이자 천연기념물이다. 모래 언덕에는 봄, 여름이면 해당화, 갯멧꽃, 등 각종 갯벌식물들이 자라고 가을, 겨울이면 억새숲이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최근에는 사구 보존을 위해 나무데크길이 조성됐다. 신두리해안사구 남쪽 가까이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두웅습지가 있다.

태안 나들이에 태안의 국보인 마애삼존불을 놓칠 수 없다. 태안읍 백화산 기슭에 들어선 마애삼존불은 자연암벽에 새겨진 백제시대 대표 불상이다. 중앙에 작은 보살상, 좌우에 여래입상이 배치된 독특한 모습으로 중국 석굴불상과 유사해 중국문화의 해상교류를 반증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굴과 함께 박속밀국낙지탕은 태안 북부 여행의 겨울별미로도 손색이 없다. 박속밀국낙지탕은 통째로 넣은 낙지와 박이 어우러진 시원한 육수에 칼국수, 수제비를 넣어 먹는 맛이 독특하다. 원북, 이원 일대에서 박속밀국낙지를 맛볼 수 있다.

박속밀국낙지탕
◇여행메모

△여행코스= 만대항→삼형제바위→용난굴→꾸지나무골 해변→신두리해안사구→(숙박)→사목 해변→마애삼존불→태안 서부시장

△가는길

▷버스=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시10분~20시10분) 운행, 2시간 10분 소요. 태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대항 방면 버스 이용,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서산·태안 방면→태안 읍내→원북→603번 지방도→이원 면소재지→만대항

△잠잘곳= 원북면 신두해변길의 샌드힐(굿스테이, 041-675-3102), 이원면 원이로의 바다마을이야기펜션(041-675-6215), 별궁(010-4579-7272)

△먹을곳= 이원면 원이로에는 자연산회나 우럭탕 맛집 ‘어촌계횟집’(041-675-7976), 모듬회는 ‘만대항운영수산회센터’(041-675-3048), 박속밀국낙지탕은 이원로 분지길의 ‘이원식당’(041-672-8024)

△주변볼거리= 천리포수목원, 사목 해변, 태안 서부시장, 만리포 해변 등

태안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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