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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는 공정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물운송 노동자는 재벌 대기업과 운송자본의 이윤추구과 책임 회피를 위해 외주화된 노동자라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의 전 과정은 화주기업과 운송사의 지시와 지휘, 감독을 통해 진행된다”며 “화물노동자의 운임은 ‘화주 기업’의 결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따라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공정위의 고발이 노조 탄압에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공정위가 무리한 잣대를 적용하려는 것은 화물연대의 파업의 정당성을 제거해 노조의 존립을 흔들어 보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위법하고 부당한 조사를 무리해서 진행하는 이유는 무리해서라도 노조 탄압과 파괴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화물연대 고발 결정에 대한 반발은 국회까지 번졌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의 결정을 노동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공정위가 노조를 고발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과 노조법에 따른 노조와 조합원의 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헌법과 다른 법률에 따른 정당한 행위 모두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면서, 하루 16시간 일해 월 300만원 버는 노동자를 ‘귀족 사업자’로 매도하며 노조 때려잡고, 아직 집권 2년 차도 안됐는데 지지율 40% 됐다고 좋아하는 정부에는 이제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다”며 “우리 국회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기준을 봐도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의 화물연대 고발 결정이 강경한 노사 법치주의를 고수하는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로 정의하며 노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3분기까지 관련 공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조단체들을 겨냥한 공세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국정원은 민주노총 조직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라는 일종의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조치를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보여줬고, 이번 결정도 그런 맥락의 노정관계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중 어느 범위까지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지, 교섭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입법적인 조치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