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20·여)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는 문신이다. 김 씨는 반려동물 도안이나 취향에 맞는 문신 도안을 보면 몸에 새기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다고 했다. 그는 이제 문신이 MZ세대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 이 모씨도 취업 후 자신의 반려동물 모습을 문신으로 새기려 계획 중이다. 이 씨는 “문신을 하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어디에서나 함께한다는 마음이 들 것 같다”며 “MZ세대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문신으로 새겨 자신을 표현한다”고 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문신 시술이 유행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레터링(글자)과 컬러 문신 등 다양한 문신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문신 시장의 금전적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문신 시장의 규모가 연간 150억~200억원(이용자수 약 10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MZ세대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하는 데에는 개성표현에 적극적이라는 세대 특성뿐만 아니라 채용시장에서도 문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신은 패션..."레터링·알록달록 컬러타투 먼저 떠올라요"
20대 여성 박 모씨는 또래들 사이에서 문신이 점점 패션의 범주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신에 대한 인식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8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타투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타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응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응답도 52.9%에 달했다.
문신 있어도 경찰 공무원 될 수 있어...기준 완화 추세
문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사회규범 역시 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찰 공무원 순경 채용 시험은 응시자의 몸에 문신이 있더라도 내용이 경찰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경찰 제복 착용 시 가려질 경우 불이익이 없도록 바뀌었다.
그간 몸에 문신이 있으면 경찰 공무원 합격이 어려웠다. 이에 응시 기회의 과도한 제한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개선이 이뤄진 것.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공무원의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신으로 인한 경찰 공무원 임용 제한은 용모에 의한 차별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의 과도한 제한이라 판단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며 "심하지 않은 문신은 경찰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으니 둘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문신은 의료행위이자 예술...문신사법 통과돼야”
이렇듯 문신에 대한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관련 법은 여전히 제자리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단속돼 왔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문신이 의료행위이자 예술이라고 했다.
의사 겸 타투이스트 조명신 빈센트 의원 원장은 "문신은 의료행위와 예술의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종사자들이 문신이라는 분야에 준하는 교육을 심도있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 대학 이상 관련 학과를 수료한 이들에게 문신사 자격증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는 "문신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문신이라는 의료행위에 합당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문신사가 되고자 하는 의사 또한 예술적 측면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문신사법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문신사법은 문신사 면허와 업무 범위, 위생관리 의무를 규정해 문신 시술을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조 원장은 문신사법이 통과돼면 문신 시술 소비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 제도 안에서는 불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지 않은 문신 시술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문신사들을 합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