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법원 판결, 진보교육감 10전 전패…교육부는 “폐지 강행”

서울·부산 9개교 승소 이어 동산고도 자사고 지위 회복
자사고에 불리하게 기준 변경…“평가절차 하자” 판단
교육부 “2025년 자사고→일반고 전환 유지” 강행 입장
자사고 등 24곳 ‘기본권 침해’ 헌소…헌재 손에 달렸다
  • 등록 2021-07-09 오전 4:55:35

    수정 2021-07-09 오전 7:15:5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8일 법원이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2019년 지정 취소된 10개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모두 회복하게 됐다. 재지정 평가에 불만을 품은 자사고 10곳과의 소송 전에서 진보교육감들이 10전 전패를 한 셈이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2019년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동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동의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규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안산동산고도 승소 1심 선고 일단락

수원지법 행정4부(송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학교법인 동산학원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 무효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동산고는 이번 판결로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안산동산고의 승소로 2019년 지정 취소된 자사고 10곳 모두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부산 해운대고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서울의 신일고·중앙고·경희고·배재고·이대부고·숭문고·세화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자사고 소송에서 잇따라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교육청들이 게임 중 룰을 바꾸고 학교 측에 이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다. 학교 측에 불리한 평가지표의 비중은 높이고 재지정 커트라인을 60점에서 70점으로 높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청 재량평가의 배점은 종전 10점에서 12점으로 상향하고,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을 평가하는 교육과정운영도 24점에서 30점으로 높인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서울교육청은 ‘감사 지적사례’ 지표를 만들어 최대 12점까지 감점이 가능하게 했다.

이날 재판부는 “2019년 자사고 지정·취소 심사 당시 심사기준에 많은 변경이 생겼다”며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숭문·신일고 지정취소 판결에서도 법원은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최대 12점(감사 지적사례)에 이르는 감점지표를 반영하는 것은 예측하지 못할 불이익”이라며 “두 학교는 감사 지적사례에서 10.5점을 감점 받아 불이익이 적다고 볼 수 없으며 다른 평가기준의 신설·변경 역시 심사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벗어났다”고 판시했다. 종전(2014년)의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를 준비한 학교들에게 예측하지 못할 불이익을 줬다는 판결이다.

교육부, 자사고 폐지 강행…헌재 판단에 달렸다

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한 학교들이 모두 1심에서 승소했지만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고교체계 개편 정책을 강행할 방침이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자사고를 2025년을 기점으로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10개 자사고에 대한 1심 선고는 평가절차에 대한 것일 뿐 고교체계 개편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지난 2월 국회에 출석해 “법원이 고교체계 개편에 대한 위법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자사고 지정취소에서 패소한 서울·경기·부산교육청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자사고 운명은 내년에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앞서 전국 24개 자사고·국제고 학교법인은 지난해 5월 정부가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잇단 자사고 승소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의 판결”이라며 “교육당국은 자사고 폐지 시행령을 철회하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항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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