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부활' 3가지 여건 조성…학교존치·이과선호·절대평가

교육부, 고교학점제 앞두고 절대평가 전환 검토
“내신 불리함 해소되고 교육과정 장점은 극대화”
자사고 더해 외고·국제고까지 경쟁률 잇단 반등
학점제용 대입서 학종까지 유지될 경우 결정타
  • 등록 2022-12-20 오전 4:54:28

    수정 2022-12-20 오전 4:54:28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방침이 존치로 선회하면서 신입생 경쟁률이 반등하고 있다. 특히 고교 1~3학년 내신 절대평가 전환 검토와 문·이과 통합 수능이 맞물리면서 ‘자사고 부활’을 위한 완벽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사고 10곳 경쟁률 5년 내 최고치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내신 산출방식을 모두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란 게 교육계 중론이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총괄 교사)는 “고교 1~3학년 전체의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자사고·특목고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치열한 내신경쟁 탓에 지원율이 낮았지만 이 부분이 해소되면 이들 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절대평가제는 자사고 가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18일 취합한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의 경쟁률은 최근 5년(2019~2023학년도) 내 최고경쟁률인 1.82대 1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자사고에 대한 일괄 폐지 방침이 추진되면서 이들 10개교의 경쟁률은 2019학년도 1.46대 1로 바닥을 친 뒤 2022학년도(1.57대 1)에 반등, 올해(2023학년도)까지 2년 연속 상승했다.

광역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지역 자사고 22곳도 지난해(2022학년도) 모집에선 경쟁률이 1.13대 1에 그쳤지만 올해 1.21대 1로 반등했다. 지원자 수도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 같은 기간 9229명(모집정원 8170명)에서 9855명(모집정원 8164명)으로 늘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존치’를 상수(常數)에 놓고 새로운 고교 체제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2023학년도 전국단위 자사고 10곳 경쟁률 현황(단위: 명, 자료: 종로학원, 그래픽 문승용 기자)
통합수능 탓에 이과 중심 자사고 더 유리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이과생이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자사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합 수능으로 문·이과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현재 대입은 수학에서 변별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작년부터 도입된 통합 수능 탓에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선택과목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본인이 속한 응시집단의 공통과목 성적에 따라 표준점수가 조정된다. 이는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려는 장치이지만 점수 보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수학성적이 낮은 문과생들이 불리하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실제로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87개 고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93.4%가 이과생(미적분·기하 응시생)이다. 임성호 대표는 “자사고는 학생 중 70% 이상이 이과생일 정도로 이과 중심 운영 학교라 통합 수능으로 이과생이 유리해지면서 덩달아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어고(외고)·국제고는 현 정부가 ‘존치’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자사고와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쟁률이 반등하고 있다. 18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27개 외고의 지난해(2022학년도) 경쟁률은 0.99대 1로 미달을 기록했지만 올해(2023학년도)는 올해는 1.13대 1로 반등했다. 국제고 8곳도 같은 기간 경쟁률이 1.43대 1에서 1.79대 1로 올랐다. 종로학원이 이날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자사고·특목고 67곳 중에선 52곳의 경쟁률이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오는 2024년 2월에 발표할 소위 ‘학점제용 대입(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정성평가가 유지될 경우 이는 자사고 부활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의 내신 불리함은 절대평가로 해소시켜주는 대신 교육과정이 일반고보다 다양화된 자사고의 장점은 살려주는 모양새가 되는 탓이다. 김창묵 교사는 “고교학점제 하에서의 대입의 큰 틀은 정성평가를 살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며 “절대평가 전환에 더해 정성평가가 유지된다면 자사고·특목고는 입시에서 불리함이 최소화된다”고 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도 “내신 상대평가마저 절대평가로 바뀌면 우수학생이 몰리는 자사고·외고가 입시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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