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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내신 산출방식을 모두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란 게 교육계 중론이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총괄 교사)는 “고교 1~3학년 전체의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자사고·특목고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치열한 내신경쟁 탓에 지원율이 낮았지만 이 부분이 해소되면 이들 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절대평가제는 자사고 가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18일 취합한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의 경쟁률은 최근 5년(2019~2023학년도) 내 최고경쟁률인 1.82대 1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자사고에 대한 일괄 폐지 방침이 추진되면서 이들 10개교의 경쟁률은 2019학년도 1.46대 1로 바닥을 친 뒤 2022학년도(1.57대 1)에 반등, 올해(2023학년도)까지 2년 연속 상승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존치’를 상수(常數)에 놓고 새로운 고교 체제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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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87개 고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93.4%가 이과생(미적분·기하 응시생)이다. 임성호 대표는 “자사고는 학생 중 70% 이상이 이과생일 정도로 이과 중심 운영 학교라 통합 수능으로 이과생이 유리해지면서 덩달아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어고(외고)·국제고는 현 정부가 ‘존치’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자사고와 함께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쟁률이 반등하고 있다. 18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27개 외고의 지난해(2022학년도) 경쟁률은 0.99대 1로 미달을 기록했지만 올해(2023학년도)는 올해는 1.13대 1로 반등했다. 국제고 8곳도 같은 기간 경쟁률이 1.43대 1에서 1.79대 1로 올랐다. 종로학원이 이날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자사고·특목고 67곳 중에선 52곳의 경쟁률이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오는 2024년 2월에 발표할 소위 ‘학점제용 대입(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정성평가가 유지될 경우 이는 자사고 부활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의 내신 불리함은 절대평가로 해소시켜주는 대신 교육과정이 일반고보다 다양화된 자사고의 장점은 살려주는 모양새가 되는 탓이다. 김창묵 교사는 “고교학점제 하에서의 대입의 큰 틀은 정성평가를 살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며 “절대평가 전환에 더해 정성평가가 유지된다면 자사고·특목고는 입시에서 불리함이 최소화된다”고 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도 “내신 상대평가마저 절대평가로 바뀌면 우수학생이 몰리는 자사고·외고가 입시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