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5일자 6면에 게재됐습니다. |
젊은 대학생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강의실 공간이 협소해 대강당으로 급히 장소를 옮긴 것은 물론 그마저도 좌석이 모조리 동나면서 복도와 계단 입구까지 학생들로 넘쳐났다. 특히 안 원장이 연달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을 때에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촬영에 나설 정도였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50년간 살아오면서 제가 했던 모든 선택을 보면 아실 거다”며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저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적 요구가 있을 경우 대권 출마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쓰인다면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며 현실 정치 참여 가능성은 언급한 것보다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안 원장의 대권 도전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존 정당에 차기 주자로서 참여하는 것. 또 하나는 신당 창당에 나서 새 정치의 깃발을 드는 것이다. 이는 여야 특히 야당의 4·11 총선 성적표와 직결된다.
야권 안팎에서 안철수 없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확산되면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신당 창당 이후 야권의 기존 차기 주자들과 후보단일화에 나서는 것이다.
안 원장이 앞서 3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정당이나 정파보다 사람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 그 사람이 미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호남을 망라하는 안 원장의 강연 행보는 결국 총선 국면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신당 창당, 서울 강남 출마 등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작 총선 국면에서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한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협했던 차기 지지율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뒤지며 3위로 처졌다. 여야를 뛰어넘는 차기 블루칩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안 원장의 히든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야권의 지원 요청에 직간접적으로 화답해 야권의 승리로 총선이 마무리된다면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