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마지막 공판, 때아닌 '상식 논쟁'

  • 등록 2013-09-04 오전 12:14:42

    수정 2013-09-04 오전 12:46:5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오는 27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 형제의 마지막 재판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들어맞느냐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문용선 부장판사가 변호인의 문제 제기에 대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깎아내리는가 하면, 변호인들도 문 부장판사를 상대로 상식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 여부를 따지면서 법정은 후끈 달아올랐다.

상식논쟁1 .횡령 돈의 성격 공방

이 사건은 최 회장 형제가 사익 추구를 위해 계열사들로 하여금 베넥스인베스트 펀드에 투자하게 하고 선지급 된 돈 중 일부를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가 김원홍 씨(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전 SK해운 고문)에게 불법송금토록 했느냐를 다투고 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은 지금껏 최태원 피고인이 김원홍에게 돈을 보내면서 1~2개월 안에 회수한 적이 없지 않느냐며, 이번은 2개월도 안 돼 갚아졌느니 이상하다고 따졌다.

변호인은 “그러니 이번은 최태원, 최재원을 위한 투자금이 아니라 (실제로 돈이 쓰인 바대로) 김원홍을 위한 보험금이 아닌가?”라고 김준홍 전 대표에게 질의했다.

그러나 문용선 부장판사는 “투자금은 하루를 써도 두 달을 써도 투자금이며, 이게 상식에 맞는다”며, 증인 신문 내용으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상식논쟁2. 김준홍 진술은 추측인가, 자연법칙인가

최 회장 변호인은 공동 피고인이자 항소심에서 10여 차례 80여 시간을 증언한 김준홍 전 대표의 증언이 추측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최태원이 선지급을 결정할 때 횡령을 알았는가에 대해 김준홍 진술마저도 ‘몰랐다고 생각했다’, ‘알았을 것 같다’ 등 2가지뿐인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면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준홍이 진술을 수차례 바꾼 것은 본인의 감형을 위한 이익 추구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준홍의 진술번복은 검찰 수사 때부터 원심재판,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변호인들의 재판전략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같은 맥락에서 “비가 온 뒤 맑으면 무지개가 뜨리라는 것은 추측이라고 안 한다. 자연법칙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상식논쟁3. 김원홍은 돈 없는 동생에게 투자권유했을까

재판부는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으로부터 2008년 초 투자 재개를 권유받고, 그해 10월 김원홍과 공모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500억 상당을 SK C&C 주식담보 없이 만들라고 한 게 이 사건 범행의 동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은 “최 부회장은 2007년 초부터 돈이 없어 투자를 재개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부장 판사는 “돈 없는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고, 변호인은 “일반적인 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라 김원홍과 최재원 피고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상식논쟁4. 송금 지시와 증거 공방

재판부는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투자금 마련을 위해 최 부회장이 김원홍과 공모한 뒤 김원홍이 최태원 회장에게 2008년 10월 말까지 계열사 돈으로 펀드를 만들어 선지급해 달라고 했으며, 이를 승낙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펀드 출자금 중 일부가 선지급됐고, 최 부회장 지시로 횡령(송금)됐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바꿀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 변호인은 “A라는 사람이 살인을 했다면 기본적으로 시간, 장소 등에 대해 증거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상식과 달리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재판부를 비판했다.

김준홍 전 대표가 지금껏 2차, 3차 송금 모두 부회장이 지시했다고 했다가, 이날 진술을 바꿔 3차 송금은 몰랐다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자 문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법원 판사를 폄하하지 마세요”라면서 “안그래도 수사 초기부터 세무당국, 법조를 농락당하게 하였지 않았느냐?“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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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항소심, 27일 선고..최태원 회장 형제 무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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