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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나라의 무형문화를 대표하는 인간문화재는 실력뿐 아니라 인격과 포용력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1997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받은 이춘희(69) 명창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명창이다. 19년을 인간문화재로 살아오면서 경기민요의 전승과 보급에 공헌한 것은 물론 현재도 후학을 양성하며 민요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이 명창은 “1975년 전수생이 된 이후 이수자와 전수조교를 거쳐 인간문화재가 되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며 “이수를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인간문화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인생을 오롯이 이 길에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동네 소문난 꼬마가수 ‘인간문화재’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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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를 목표로 삼았다면 평소 행실부터 챙겨야 한다고 했다. “모든 걸 자제하고 절제하면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아무리 소리를 잘해도 인격을 못 갖췄다면 주변의 반대에 부딪쳐 인간문화재가 될 수 없다. 이 모두가 인간문화재가 안고가야 하는 숙명 같은 거다. 실력은 있지만 사람 됨됨이가 형편없다면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다.”
인간문화재가 되고 난 후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언론에서 주목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명창이 인간문화재가 되고 난 후 2~3년은 주변에서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살다가 5년, 10년이 지나니까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라. 학생들도 찾아오고 방송에서도 섭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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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창은 어느 정도 실력을 기를 때까진 민요의 ‘감정’을 가르치지 않는단다. 발성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크닉을 가르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발성을 익히고 나면 이 명창이 해주는 말이 있다. “귀를 열고 마음으로 소리를 하라고 한다. 소리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리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죽은 소리다.”
전수조교로 30여년을 지내도 인간문화재로 올라서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고의 노력으로 국악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이 명창은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하늘은 있다. 사회는 정직하다. 자기가 한 만큼 모든 이들이 알아주게 돼 있다.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바라기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경기민요의 멋과 가치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보석 같은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언제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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