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인간문화재다]⑤ 이춘희 명창 "한 나라 대표…실력·인격 갖춰야"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전수생 이후 인간문화재 되기까지 20여년
"'피라미드' 올라서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
인간문화재는 평소행실도 챙겨야
"사회는 정직…열심히 한 만큼 인정"
  • 등록 2016-04-29 오전 6:05:30

    수정 2016-04-29 오전 7:34:06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춘희 명창은 “지금 시대는 1인 다역을 원하는 시대”라며 “전공을 잘하는 것은 물론 다른 분야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2~3가지를 익혀놓는 것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사진=국립국악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나라의 무형문화를 대표하는 인간문화재는 실력뿐 아니라 인격과 포용력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1997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받은 이춘희(69) 명창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명창이다. 19년을 인간문화재로 살아오면서 경기민요의 전승과 보급에 공헌한 것은 물론 현재도 후학을 양성하며 민요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이 명창은 “1975년 전수생이 된 이후 이수자와 전수조교를 거쳐 인간문화재가 되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며 “이수를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인간문화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인생을 오롯이 이 길에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동네 소문난 꼬마가수 ‘인간문화재’ 되기까지

이춘희 명창(사진=한국전통민요협회).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태어난 이 명창은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하지만 소리를 평생의 업으로 삼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노래를 잘한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지만 막상 열일곱살 막내딸이 소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렵게 가족을 설득해 안비취(1926~1992) 선생 문하에서 소리를 배웠다. 안 선생은 다소 소외됐던 경기민요를 소리의 중심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

인간문화재가 되기까지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간문화재법도 없을 때였고 국악계에서 경기민요가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였다. “어렵게 전수자가 된 후에도 피나는 노력과 공부를 해야만 겨우 전수조교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 인간문화재가 되는 건 아니다. 최상위 단계를 올라서기 위한 그야말로 피 말리는 경쟁이 있는 거다.”

인간문화재를 목표로 삼았다면 평소 행실부터 챙겨야 한다고 했다. “모든 걸 자제하고 절제하면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아무리 소리를 잘해도 인격을 못 갖췄다면 주변의 반대에 부딪쳐 인간문화재가 될 수 없다. 이 모두가 인간문화재가 안고가야 하는 숙명 같은 거다. 실력은 있지만 사람 됨됨이가 형편없다면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다.”

인간문화재가 되고 난 후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언론에서 주목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명창이 인간문화재가 되고 난 후 2~3년은 주변에서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살다가 5년, 10년이 지나니까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라. 학생들도 찾아오고 방송에서도 섭외가 들어왔다.”

△‘후학양성’ 앞장…“경기민요 가치 이어지길”

이춘희 명창(사진=국립국악원).
인간문화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후학양성’이다. 경기민요를 후대에 전승하는 데 이 명창의 역할은 누구보다 중요하다. “매주 토요일에 전공을 하는 초·중·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20여명 정도다. 전공하는 학생의 수요가 많아 우선은 전공자들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 일반인 중에서도 형편은 어렵지만 꼭 배우고자 하는 실력자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레슨비를 안 받고 가르친 제자가 몇명 있는데 그들이 지금은 다 성공했다.”

이 명창은 어느 정도 실력을 기를 때까진 민요의 ‘감정’을 가르치지 않는단다. 발성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크닉을 가르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발성을 익히고 나면 이 명창이 해주는 말이 있다. “귀를 열고 마음으로 소리를 하라고 한다. 소리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리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죽은 소리다.”

전수조교로 30여년을 지내도 인간문화재로 올라서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고의 노력으로 국악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이 명창은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하늘은 있다. 사회는 정직하다. 자기가 한 만큼 모든 이들이 알아주게 돼 있다.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바라기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경기민요의 멋과 가치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보석 같은 후배들이 많이 나오길 언제나 기대한다.”

▶ 관련기사 ◀
☞ [내가인간문화재다]① 계승=권력?…인간문화재 선정 '잡음'
☞ [내가인간문화재다]② 인간문화재 어떻게 만드나
☞ [내가인간문화재다]③ '문화계 금메달'…혜택은?
☞ [내가인간문화재다]④ '공개' '전승' 안하면 자격박탈
☞ [내가인간문화재다]⑤ 이춘희 명창 "한 나라 대표…실력·인격 갖춰야"
☞ [내가인간문화재다]⑥ 정송희 이수자 "일생 배움 틀린게 돼선 안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