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야당의 진로 재정립을 위한 혁신전당대회 개최 방안을 들고나왔다.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당과의 통합도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 방안을 거부하는 대신 역으로 제시한 방안이다. 이로써 ‘문안박 연대’로 한숨을 돌리려던 문 대표의 당내 입지가 고비를 맞게 된 것은 물론 제1야당인 새정연의 진로도 혼미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안 의원의 주장에는 일견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없지 않다. “정당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거나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과 계파패권주의를 함께 녹여내야 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당연한 얘기면서도 솔깃하게 들리는 것은 지금의 야당이 각 계파의 갈등 속에 수권정당으로서의 목표와 비전을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리멸렬 상태라는 것이다.
야당도 우리의 정치 구조에서 굳건한 위상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또 그렇게 노력해야만 한다. 유권자들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여당이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밀고 나가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야당’이 요구된다. 그것이 야당을 대하는 국민들의 눈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야당은 기본 노선에서부터 국민들의 여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 민생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뒤로 제쳐놓는가 하면 다른 조건과 연계함으로써 부작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야당의 존재 이유를 ‘발목잡기’로만 이해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면서도 세비를 올린다거나 지역구 예산을 따낸다거나 하는 ‘밥그릇 챙기기’에서는 여야의 구분이 따로 없을 정도다.
야당의 존재를 부각하려면 여당보다 더 국민을 잘살게 만들 수 있다는 민생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세금만 거덜내는 포퓰리즘 공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여당에 협력해야 할 때는 흔쾌히 협력하는 자세도 요구된다. 이런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면 누가 전면에 나서더라도 신망을 얻기가 어렵다. 국민들이 야당의 진로설정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