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KB부동산신탁이 급증한 차입금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차입형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이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B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이 업계 평균 대비 5배 가까이 높다는 점에서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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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말 KB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이 27.5%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10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총차입금 규모도 5250억원으로 지난해 말 4300억원 대비 22.1% 증가했다.
KB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이 대폭 상승한 것은 차입형과 책임준공 관리형(책준형) 등 개발형 신탁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영향이 크다. 신탁계정대 투입을 위해 외부조달 규모를 크게 늘린 반면 대규모 적자 인식 등으로 자본규모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상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차입형과 책준형에서 발생한다. 차입형과 책준형 모두 신탁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행사에 직접 대여하는 방식의 사업인 만큼 신탁계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부실 사업장이 늘며 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비 조달 의무가 위탁자(시행사)에게 있는 관리형 신탁과 달리 개발형 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부실 사업장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즉 미분양 발생 시 손실 상당수를 신탁사가 떠안아야 되는 셈이다.
특히 개발형 신탁이 토지비가 저렴한 지방 사업장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개발형 신탁은 토지 비용이 저렴한 지방 사업장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 위험이 높다.
KB부동산신탁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은 4166억원으로 지난해 말 3235억원 대비 19.5% 증가했다. 2022년 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정이하자산은 분양 개시 6개월 기준 20% 미만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자산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부실자산으로 분류한다.
이 여파로 영업용순자본비율도 크게 감소했다. KB부동산신탁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72.7%로 전년 말 517.5% 대비 244.8%p 하락했다. 영업용순자본은 신탁사가 영업활동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순수 자본을 의미한다. 주로 신탁사의 유동성과 재무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부터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추가 사업비 투입을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단기차입금 한도는 올해 초 기준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개발사업 관련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대손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추가적 재무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KB부동산신탁의 단기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