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로 100일을 맞은 2012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은 이같은 ‘양면시장(Complex product)’인 카드 수수료에 메스를 대 불합리한 구조를 정상화하고, 영세 중소 가맹점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왜곡된 수수료 정상화…영세가맹점 ‘혜택’
1990년대말 도입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의무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제도가 도입되고,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영세 중소가맹점도 모두 카드를 받아야 해 역마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월 기준 영세 중소가맹점이 많은 서민생활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은 2.4%로 대형가맹점 평균(1.57%)보다 0.83%포인트나 높았다.
2007년 금융감독원이 ‘가맹점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내놨지만, 카드사의 원가 산정 방식만 언급할 뿐 산정된 원가 배분(가맹점별 계약)하는 방식 기준은 없어 기존 업종별 수수료 체계가 사실상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가맹점별 적격비용을 반영한 신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적용됐다. 연매출 2억원이하 영세가맹점에 대해 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카드매출 1000억원이상 대형가맹점이 적격비용(1.8%선으로 추정)에 미달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와 부당대가 요구 행위를 금지했다. 그 결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1%대 초중반에서 2% 내외로 정상화됐고, 가맹점간 수수료 격차는 약 1%포인트(1.5~2.7%)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일반음식점, 미용업, 세탁소, 숙박업소 등 골목상권의 평균 수수료율은 0.6~0.7%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신 수수료율 체계가 도입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통신·항공 등 대형가맹점들의 버티기는 골치거리다. 그간 공익업종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던 통신사는 통신비 카드 납부 중단 등 소비자를 담보로 카드사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 LG유플러스(032640) 등 일부 통신사는 카드사와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카드(029780)와 코스트코의 수수료 협상도 관건이다. 5년간 0.7%의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기로 한 양사간 사적 계약을 무시하고 정부 방침에 따라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직 코스트코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4월중에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가 대표적 사례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부담이다. 실제로 신 수수료율 체계를 적용하는 여전법 개정안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통과됐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한 발짝 물러 서 있었다.
일부 업종 반작용 방지…의무카드 수납제 등 보완 필요
신수수료 체계 도입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신수수료율 적용 이전에는 카드 수수료율이 낮은 업종에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공익적인 분야 외에도 골프장, 대형할인점 등이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불합리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문제점은 보완됐지만 개편 이후 대학등록금과 건강보험료, 통신비 등은 적격비용을 내게 된 업종으로 포함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불만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등록금을 비롯해 보험료, 아파트관리비, 통신요금 등은 신용카드 결제 대상이라기보다 계좌 자동이체 또는 정부지원제도(대학등록금 분할납부제도, 학자금 대출 등)를 통해 취급해야 할 대상”이라며 “법률상 카드납부 근거가 마련된 국세·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과 성격이 달라 적격비용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의무카드 수납제와 가격차별 금지조항에 대한 보완조치도 필요하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신수수료율 체계 정착을 위해 대형가맹점의 부당요구행위 여부 감시강화와 대출금리 비교공시 강화를 통한 금리 인하 유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의무카드 수납제, 가격차별금지 조항 등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보완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