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10일 16시 3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M&A 하게 잠시 1조원만 빌려주세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본입찰을 한주 앞두고 약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단기로 빌리고 있다. 분명한 용처를 밝히지 않은 이 대규모 자금의 상당 부분은 본입찰 전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까지 약 두달 동안만 쓰일 예정이다.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이 돈이 M&A 성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현대그룹의 승부수이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또는 탈락 직후 닥칠 수 있는 예상밖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총알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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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로 발행된 5800억원의 CP 중 만기가 공개된(예탁 발행된) 3300억원은 모두 만기가 12월말까지로 약 두달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은 대규모 단기차입금이 띠고 있는 사명(使命)을 크게 세 가지로 추정했다. 하나는 M&A의 성공 가능성 제고, 다른 하나는 M&A 성공 직후의 유동성 확보, 마지막 하나는 M&A 실패 후의 경영권 방어다.
M&A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단기차입금의 첫번째 역할은 `과시(show up)` 효과다. 풍부한 현금잔고를 보여주고 인수능력에 대한 의심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잔고증명에 찍히는 현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기대 효과만 낼 수 있다면 수십억원의 이자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길기모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본입찰 과정에서 보유 현금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우리에게 이만큼의 캐시가 있다는 정도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역할은 인수실패에 대한 대비다. 만약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000720) 인수 실패로 경영권 위협이 커진다면, 믿을 구석은 현금밖에 없다. 하지만 필요한 총알의 양 자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인수 실패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은 현대그룹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2010.07.28 13:50 "(진단!현대그룹)③`화약고` 현대건설 M&A")
현대상선은 최근 회사채발행 신고서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당사 지분율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 채권단의 지분 매각은 향후 현대그룹의 지분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당사의 추가적인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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