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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X파일]독일 수출 8할은 '전시회'가 담당

독일 수출 80%는 전시회 현장서 성사
전시회 수출로 독일 세계전시산업 독점 가속화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개최하는 미국가전협회(CEA)가 내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별도로 CES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동안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열려왔다.

가장 치열한 ‘산업의 전쟁터’라고 불리는 ‘전시회’의 수출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품질과 집객력이 검증된 전시회를 통째로 수출해 전시회의 행동반경은 물론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서다. 전시회의 세계화는 이분야 세계 최강인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전시회 세계시장 진출을 착착 진행해온 독일은 최근 들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시장규모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 개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전시회 주최업체인 메쎄 뒤셀도르프는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 전시회’를 지난 9월 미국 휴스턴에서 처음 개최했다. 물론 미국 시장진출이 목적이다. 메쎄 뒤셀도르프는 메디카 전시회를 본국인 독일 외에도 이미 브라질, 중국, 러시아,싱가포르, 인도, 태국, 체코, 두바이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매년 열고 있다. 이 결과 메디카 전시회는 세계 의료기기 전시회 시장의 80%를 넘게 장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 다른 독일 대표적 전시회 주최사인 쾰른 메쎄는 지난해 말 식품전시회인 ‘아누가’를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하며 중국의 틈새시장를 겨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아누가 또한 독일은 물론 일본, 터기, 태국 등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세계화된 전시회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유기농 전시회 ‘비오 파흐’로 잘 알려진 전시회 주최사 뉘른베르크 메쎄 또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인도, 미국, 브라질 등에 해외 지사를 잇달아 신규 설립하고 이들 국가에서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회 수출 전성시대는 독일의 글로벌 전시회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켜주고 있다. 독일은 오늘날 세계 전시회 시장의 3분의2를 석권하는 전시회 산업 절대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열린다
독일은 매년 150여개의 대규모 국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는 세계 주요 전시회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 전시회에는 매년 18만여 업체가 제품을 들고 참가한다. 전시회 관람 인원만 연간 1000만명을 웃돈다.

전시회는 독일이 1945년 세계 2차대전에서 패전한 후 산업기반이 붕괴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세계적 수출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첫번째 비결로 손꼽힌다. 당시 독일 정부는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수출증대가 해법이라는 판단 아래 전시회 산업 키우기에 국가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열악한 중소업체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외 바이어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무역전시회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전략이 뒷받침됐다.

메쎄 뒤셀도르프, 쾰른 메쎄 등 주요 전시회 주최사들 지분의 70~80% 가량을 전시회가 열리는 해당 지역의 시가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에 20% 정도는 연방 주가, 나머지 10%는 관련 협회가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독일을 전시회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인 셈이다.

정부가 전시회 주체이다 보니 이익보다는 참가업체 및 관람객 확보를 최우선으로 전시회를 운영한다. 실제로 전시회를 운영하는 뒤셀도르프, 쾰른 등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시회로 수익을 내는 지방 정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이 전시회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메쎄 뒤셀도르프 등 독일 주요 전시회의 한국 대표부인 라인 메쎄㈜의 박정미 대표는 “독일의 전시회 주최사들은 전시회 부스 임대비 등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 참가업체나 참관객의 비용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실제로 독일의 주요 전시회는 다른 지역 전시회보다 전시부스 임대비를 절반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에 강소기업이 유독 많은 것도 제품과 서비스를 전세계에 손쉽게 수출할 수 있는 장터격인 전시회가 독일에서 일찍부터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은 이른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불리는 강소기업들 1307개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 히든 챔피언(2734개사)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의 히든 챔피언 숫자는 불과 23개사다.

지난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 전시회’ 모습 메디카 전시회 제공
전시회를 통해 일찍부터 세계화에 나선 덕에 중소기업들이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찮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독일 기업매출의 35.9%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천수답’ 한국경제와는 대조적이다.

전시회가 독일 경제에 주는 효과가 절대적이다 보니 전시회에 대한 독일 기업인들의 인식 또한 남다르다. 독일 기업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수출 및 마케팅 수단이 뭐냐고 질문하면 단연 전시회를 첫손에 꼽는다고 한다. 실제로 독일 기업들의 올리는 수출의 80%는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박 대표는 “전시회야말로 오늘날 독일이 세계적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게 한 일등공신”이라며 “무역전시회는 무엇보다 자금, 홍보 및 마케팅 등 여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독일 중소업체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전시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활용을 강화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온-오프라인의 적절한 혼합을 통해 전시회 주최사가 참가 업체 및 관람객들과 1년 365일 끊임없이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펴고 있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온라인 사이트는 이제 전시회 포털로 진화하고 있다. 전시회 포털은 전시회에서 다루는 품목의 시장 추세 및 신제품 개발현황, 업체 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나아가 참가업체들에게는 전시회 사이트내에 ‘쇼룸’을 할당해주고 있다.

참가업체들은 이 쇼룸에서 회사 및 제품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홍보한다. 참가업체 및 관람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예컨대 독일 의료전시회인 메디카 전시회 사이트에서는 사용자 200만명이 연간 1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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